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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정웅인 "이민호, 父子인데 얼굴 달라서 미안해" [인터뷰]②

김가영 기자I 2022.04.30 09:01:43
정웅인(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이민호 씨를 처음 만나 ‘아버지 역으로 캐스팅 됐는데 얼굴이 이렇게 달라서 어떡하냐? 미안하다. 팬들에게 얘기 좀 잘 해달라’고 농담을 했어요.”

배우 정웅인이 애플TV+ ‘파친코’에서 부자 호흡을 맞춘 이민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웅인은 최근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이전 회차들을 찍고 넘어온 것이니 민호씨가 좀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듯이 이 작품을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게 참 좋아 보였다”고 후배 이민호의 자세를 칭찬했다.

이어 “캐나다 촬영 때는 한국 식당에서 고기도 사주더라. 소주 한 잔씩 하며 고단함을 털어내며 재미있게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웅인이 출연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 정웅인은 한수(이민호 분)의 아버지 역을 맡아 출연했다. 한수의 아버지는 한수만큼은 보다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며 아들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아버지. 참여하는 작품, 맡는 캐릭터마다 입체적으로 표현한 명배우 정웅인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정웅인은 “그 시대의 한국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보니, ‘그 시대에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일본에 왔는데 벽에 부딪히고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체념과 ‘나는 이렇지만 자식은 어떻게 다르게 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녹여내고 싶었다”라며 “저도 가장이고 아빠이지 않나”라고 연기에 중점을 뒀던 부분을 설명했다.

정웅인(사진=애플TV+)
정웅인은 ‘파친코’를 통해 일본어, 사투리 연기까지 구사했다. 그는 “일본어는 담당하시는 분이 녹음하신 것을 받아서 아주 자세히 들어보고 반복했다. 예전에 조금 씩이라도 일본어 연기를 해봐서 주어 목적어 순서를 알고 있으니, 해볼만 하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웅인은 “굉장히 긴 일본어 대사가 있어서 밤잠 설치며 외우고 현장에 가서 연기를 하려고 봤는데 알고 보니 한수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이어서 나를 찍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보고 읽어도 되는데 왜 이야기 안 해줬느냐고 물으니 감독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 대사는 지금도 외울 수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정웅인은 일본어 보다 제주어가 어려웠다며 “옆에서 계속 후루룩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었다. 제주도어를 잘하는 배우가 옆에서 코칭해 줬고 비대면으로도 영상으로 만났다. 제주도 방언이 한수 아버지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양분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떠올렸다. 정웅인은 7회의 ‘우리 고튼 사람’을 꼽았다. 정웅인은 “한땐 나도 꿈과 희망을 갖고 일본에 왔지만 뜻대로 안됐지만 너는 가라. 그런 희망을 끊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풀 죽은 한수를 달래느라 ‘저녁 하늘에 별이 두 개 있는데 똑 붙어 있어 보여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보면 똑 붙어있는거로 보이지 않아 그렇지?’라고 말하면서 아들이 어디 있든 항상 곁에 있을 거라는 마음을 표현하며 씩 웃는 장면의 대사를 좋아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이 있는 거다. 그런 희망을 주는 대사들이 좋다”고 밝혔다.

정웅인은 한수를 아버지가 아닌 사람처럼 매몰차게 때린 장면도 꼽았다. 그는 “대사를 끝내고 모니터 쪽으로 갔더니 수 휴가 울고 있었다. 본인이 이 대본에서 이 장면을 쓰면서 너무 슬퍼했다고 하더라. 나도 덩달아 찡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버지의 희생. 저도 아이들이 있으니 그 시대에 있었다면 어떠한 짓도 했을 것이다. 그런 기분을 진하게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작품을 향한 남다른 의미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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