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불후의 명곡’(왼쪽부터)과 표절 의혹을 산 산둥TV ‘가성전기’ 방송 비교. 프로그램 콘셉트 및 무대 구성이 똑같은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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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가 도용돼 논란이 예고된다. 중국 한 방송사에서 무단으로 콘텐츠를 베껴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든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표절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중국 산둥TV의 ‘가성전기(歌聲傳奇)’다. 두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니 모방 정도는 ‘복사 수준’이었다. 지난해 6월 첫 방송된 ‘불후의 명곡’은 ‘전설’이라 불리는 유명 가수의 히트곡을 후배 가수들이 편곡해 불러 노래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 ‘가성전기’는 ‘불후의 명곡’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했다. 지난 1월6일 첫 방송에서는 중국 유명 가수 정림(程琳)이 ‘전설’로 나왔고 후배들이 그의 히트곡으로 노래 대결을 벌였다. 경연 방식과 방청객 판정 방식도 ‘불후의 명곡’과 똑같았다. ‘가성전기’ 제작진은 ‘불후의 명곡’ 무대 연출도 베꼈다. 두 가수가 선 무대 바닥에서 파란색·빨간색 불이 들어오는 것과 방청객 투표 결과에 따라 무대에 오른 한 가수의 조명이 꺼지는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 뿐만이 아니다. 무대 소품 및 편집 방식도 유사했다. ‘가성전기’에 나온 MC 석에 놓인 순번 소품과 인트로 영상, 초대 가수 과거 영상 자료를 활용할 때 LP를 CG(Computer Graphic)처리한 것까지 흡사했다. ‘가성전기’는 ‘불후의 명곡’이 변하면 같이 변했다. ‘불후의 명곡’ 제작진이 방청객 투표수를 스크린으로 공개하는 식으로 운영에 변화를 주자 ‘가성전기’도 지난 6월 방송부터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가성전기’를 인터넷으로 본 고민구 ‘불후의 명곡’ PD는 “진짜 똑같아 놀랐다”고 당황스러워했다.
| SBS ‘런닝맨’(맨 왼쪽 위 부터)과 표절 의혹이 인 후난TV `급력일요일` 그리고 KBS2 `청춘불패`(오른쪽 아래)와 산둥TV `우상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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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표절 의혹, 왜?:방송 포맷 도용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방송사의 무단 도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불후의 명곡’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후난TV ‘급력일요일(給力星期天)’이 SBS ‘일요일이 좋다’ 코너 ‘런닝맨’을 게임과 의상 등을 따라 했다는 표절 의혹을 샀다. 같은해 11월 첫 방송된 산둥TV ‘우상탄생(偶像誕生)’은 KBS2 ‘청춘불패’를 모방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산둥TV는 1년 사이 두 번이나 한국 방송 표절 의혹을 일으켰다. 산둥성 지역은 재외 한인 동포들이 많이 살아 한국 방송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게 한 방송관계자의 말. 게다가 중국은 K 팝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뜨거워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방송사들이 무분별하게 한국 프로그램을 베껴 흥행을 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침해 강경 대처 필요”: 한국 방송사들은 중국의 포맷 도용에 골머리를 썪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저작권 관련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저작권 보호 인식이 낮아 법적 조처가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소송 비용도 걸림돌이다. 중국 방송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한다고 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저작권료보다 소송 비용이 더 큰 경우도 있다. KBS는 저작권 관련 부서를 통해 산둥 TV에 표절 의혹 관련 경고장을 수차례 보냈다. 좀 더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KBS는 ‘1대100’을, CJ E&M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보이스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의 판권을 모두 해외에서 정식 구입해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이들의 저작권료는 최소 회당 3000달러(약 340만 원)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보호차 인터넷 다시 보기 서비스 등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 주말 예능 제작 PD A씨는 “유럽 유수의 프로덕션들의 저작권 관련 대응법을 참고해 좀 더 철저하게 저작권 보호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KBS2 ‘불후의 명곡’(왼쪽)과 표절 의혹은 산 산둥TV ‘가성전기’. `전설`의 자리도 같고 MC석 앞 소품까지 따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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