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FA 김동주(32)는 원 소속구단인 두산의 4년 62억원 제의를 뿌리치고 본격적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진출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였다.
김동주가 두산에 남을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 1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국보다 조금 대우가 떨어져도..."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일본에 진출한 뒤에도 그에 못지 않은 수준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 환율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연간 약 2억엔(약 16억원) 정도의 몸값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정도면 일본에서도 특급 대우다.
연 2억엔(계약금 포함)이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평균적으로 지급하는 수준을 웃도는 금액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의 경우에도 첫해의 경우 1억엔이 조금 넘는 수준이 보통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거의 없다면 그 보다 더 떨어진다.
일본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재계약 시점에서 몸값이 수직상승 하게 되지만 첫해부터 많은 돈을 투자하는 구단은 거의 없다.
올해 야쿠르트에서 맹활약한 그레이싱어(전 KIA)의 경우가 좋은 예다. 그레이싱어는 5000만엔이 안되는 금액에 계약했지만 올해 다승왕(16승)을 차지하며 2억엔 이상의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만 감안했을 때 김동주에게 선뜻 거액을 안길 구단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김동주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방송사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현재 이승엽이 뛰고 있는 요미우리 홈 경기 중계권은 40억원이 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병규가 속한 주니치의 경우 그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이 지불됐다.
방송사들이 내년 시즌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같은 선례는 김동주를 포함한 한국 출신 선수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중계권료 계약이 구단과 방송사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한국 선수가 일본에 진출하면 중계권 판매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첫해부터 목돈을 안겨주더라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주의 경우도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특급 활약을 펼친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명제다. 여기에 몸값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 구단들에겐 반가운 덤이 아닐 수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일본 진출 한국 선수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특히 매일 출장이 가능한 타자는 더욱 그렇다.
케이블 채널의 경우 시청률이 1%만 넘으면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2% 이상은 대박이다. 이승엽 경기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3% 정도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고 시청률은 4%를 넘어서기도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며 올해 그에 못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은 방송사의 경우 저녁 시간에 꾸준히 수준급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는 콘텐츠는 욕심낼만한 소재다.
김동주가 '중계권료'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 일본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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