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참여가 지닌 의미

정철우 기자I 2010.12.23 08:53:49

'만성적자' 프로야구의 체질 개선 증거
기존 구단 위기 맞아도 리그 유지 가능

▲ 9구단이 임시 홈구장으로 쓰게 될 마산구장 모습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온라인. 모바일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9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1위 소프트웨어업체로 온라인게임서도 1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6347억원, 영업이익은 2338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은 4조원이 넘는다.

프로야구단 초기 창단 비용은 물론, 운영비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7개 구단 모기업과는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기업 위주로 프로야구 구단이 운영되어 온 만큼 엔씨소프트와 같은 중견기업은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9구단 창단 의사를 갖고 있는 다른 2기업 역시 규모는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엔씨소프트와 같은 중견기업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의 변화가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야구 체질개선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엔씨소프트는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한 프로젝트도 있겠지만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체질이 개선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선 한국 프로야구는 안정적인 600만 관중시대를 노려볼 만큼 시장이 커졌다. 또한 중계권료가 200억원을 넘어설만큼 훌륭한 컨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 적자를 억지로 감내하는 수준이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점차 투자대비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계로 진전되고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가 이어지며 마케팅 활동이 더 커진다면 충분히 할만한 수준이 된다. 이전엔 눈치보며 돈 타왔다면 앞으로는 정당한 투자를 받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바꿔말하면 중견기업도 회사 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로야구의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야구 구단 운영에 연간 200억~300억원 정도가 들어가지만, 티켓 판매 등 수익 사업까지 고려하면 연간 수십억 정도의 비용이 예상된다"며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에 대한 대비책
중견기업의 참여는 한국 프로야구가 건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현대 유니콘스의 경우처럼 모기업이 갑작스런 위기를 맞는다면 야구단은 정리 1순위가 된다. 당시 야구단 운영에 적극적인 대기업을 구하지 못해 결국 비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같은 고민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를 보자. 일본의 10대 기업 중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0위권인 오릭스만이 오사카를 근거로 한 오릭스 버팔로스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들이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홍보 효과를 얻고 있는 만큼 프로야구를 통한 마케팅엔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요미우리, 한신 등 빅마켓 구단과 시민구단 형태인 히로시마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 운영이 되고 있다.

나머지 구단들은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구단 운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문을 닫겠다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TBS가 운영중인 요코하마는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인터넷 기업인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등장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는 구단 합병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버팔로스의 합병이 시발점이 되는 듯 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12개 구단에서 11개 구단으로 줄어들 위기였다.

그러나 이때 라쿠텐이 등장,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섰다. 2005년 창단한 라쿠텐은 최대한 경비를 줄이는 짠물 경영으로 출발했지만, 2011시즌을 앞두고는 호시노 감독을 영입하고 마쓰이,이와무라 등 메이저리그 출신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팀이 됐다.

첫해 흑자를 봤던 라쿠텐 역시 최근엔 실질적인 적자 운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폭은 라쿠텐이 견뎌낼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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