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은 12일 오후 영화 ‘1947 보스톤’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대한민국 마라톤의 전설이자 영웅인 손기정(하정우 분)과 그의 제자 서윤복(임시완 분)의 실화를 다뤘다.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장수상회’ 등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약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정우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마라톤의 전설이자 영웅 ‘손기정’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임시완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보스톤 마라톤대회를 통해 광복 이후 최초로 태극기 마크를 달고 우승을 거머쥔 또 다른 영웅 ‘서윤복’을 연기했다.
강제규 감독은 앞서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에서 연기력 못지 않게 실존 인물과의 외적 싱크로율을 중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손기정 역의 하정우는 실제 손기정 선수의 생전 모습과 외적으로 정말 많이 닮았다고.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손기정 역 캐스팅을 제일 먼저했다. 마라톤 영화를 해야겠단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해왔고 손기정 선생님에 대한 사실도 많이 알고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이 하정우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손기정 선생님 관련 다큐를 보신다면 여러분도 닮았다고 느끼실 것”이라며 “말투, 걸음걸이, 눈빛이나 체격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비슷하다. 처음부터 하정우가 하면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함께 연기하면서 지켜본 하정우는 자기 배역에 대한 계산과 분석이 철저한 배우였다고도 칭찬했다. 강 감독은 “실은 영화를 찍으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약간은 까칠하고 가부장적이며, 조금은 고압적인 손기정의 캐릭터를 설정했다. 실제 선생님도 그런 성정을 약간 가지셨던 분이지만, 하정우가 연기하는 걸 처음에 보고선 캐릭터가 좀 많이 과한 건 아닐까, 너무 센가 고민이 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촬영이 진행되면 될수록 남승룡(배성우 분)이 그런 우려들을 상쇄시켜줬고, 서윤복은 서윤복대로 자기 중심을 잘 지켜가더라. 캐릭터 하나만 보면 세 보였는데 세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니 이 설정이 잘못됐던 게 아니구나 안심했다. 하정우가 설정한 톤이 옳은 판단이었구나 믿음이 생기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촬영을 통해 다른 배역 인물들을 찍다보면 하정우의 판단이 맞다고 느낀 적이 많다. 참 똑똑한 친구”라며 “자기가 갖고있는 역할에 대해서 집요할 정도로 그 톤을 끈질기게 쥐고 가는 배우인 거다. 참 탁월한 배우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윤복을 연기한 임시완을 향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강제규 감독은 “제가 볼 때 영특하고 똘똘하고 지혜로운 친구다. 배우로서 손색을 찾기 힘들다”고 평했다. 또 “야무지게 자기 캐릭터 분석을 잘하고 배우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 훈련, 그런 것들을 너무 성실하게 하나하나 잘 만들어간 멋진 친구였던 거 같다”고 칭찬했다.
주요 배우들 캐스팅 이후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등 실존 영웅들의 유족과 기념 재단 측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강제규 감독은 “캐스팅 소식을 듣고 모두가 좋아하셨다”며 “특히 하정우는 손기정 재단에서도 엄청 닮았다고 공감하시더라. 그 자체로 어필이 컸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나머지 두 분도 그들이 해왔던 연기와 이력 등을 볼 때 비교적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며 흡족해하셨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47 보스톤’은 추석연휴인 9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