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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자주 등장했던 경제용어가 바로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였다.
하얀 코끼리는 ‘대형 행사를 위해 지었지만 행사 이후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시설물’을 뜻한다. 고대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하 입장에선 왕이 선물한 하얀 코끼리에게 일을 시킬 수도, 죽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코끼리의 먹이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하는 파산하게 됐다는 얘기다.
평창올림픽 개최 전부터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 ‘하얀 코끼리’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13개 가운데 새로 지어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등 3개 전문 체육시설은 여전히 사후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경기장은 일반인들이 활용하기 어렵다. 대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전문 선수들의 훈련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 관리비용만 잡아먹고 그냥 방치될 수밖에 없다.
슬라이딩 센터의 경우 건설비용이 무려 1114억원이나 들었지만 올림픽 이후에는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림픽 경기장 12곳을 운영하는데 연간 14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뒤늦게나마 경기장 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안에 올림픽기념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념재단은 평창조직위 해산 후 최종 정산된 잉여금 619억원에 정부와 강원도가 추가로 출연해 만들어진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시설이 기념재단으로 귀속돼 책임지고 운영하는 주체가 생긴다”며 “정부와 도, 시군에서 이사를 파견해서 이사진이 책임지고 경기장을 운영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념재단 설립 방법 및 재단에 출연할 금액 등을 놓고도 정부와 강원도 간에 이견이 심해 원만하게 해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최 지사는 “슬라이딩 센터 일부는 대표팀 훈련에 활용하고 훈련비를 받고, 나머지 시설은 상업적 이용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국민의 세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계획을 짜서 확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를 치른 정선 가리왕산은 생태복원 문제를 놓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개폐회식장 역시 대부분 철거된 가운데 남은 본관 건물을 활용해 올림픽 평화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지만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라는 정치적인 효과에 취해 올림픽 이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은 1회성 이벤트에는 강하지만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한국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