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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석은 유쾌했다. 재치 있는 입담과 능청스러운 표정에서 예민하고 외로운 남자는 없었다. 김지석은 지난달 16일 종방한 MBC 드라마 '역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에서 광기 어린 연산 역을 맡았다. KBS2 '추노'(2010), tvN ‘로맨스가 필요해2’(2012), tvN '또 오해영'(2016)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선 김지석이었다. 고정 출연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서 드러나듯 김지석은 '해피 바이러스'가 타고난 이였다.
그만큼 연산은 김지석에게 이미지를 전환시킬 중요한 기회였다. 초반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중반을 지나며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냈다. 후반에 이르러 광기와 울분을 토해내며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0대 남자 배우에게 연산 캐릭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당연히 오케이(OK)죠. 실존한 역사적 인물이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많았던 캐릭터잖아요. 재해석이 중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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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처음은 아니다. 김지석은 '추노'에서 패거리 막내 왕손이 역을 맡아 사랑 받았다. 그는 "그땐 정신적으로 참 편했다. 퓨전 사극이라 현대적인 말투를 사용했다. 액션 외에는 힘든 점이 없었다"면서 "'역적'에선 뛰어본 적이 없다.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더 심했다. 대사가 고어인 데다가 대사 암기 외에 감정을 입히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 감정은 들쭉날쭉 이었다. 웃다 울다 그러다 멍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연산에 대한 애정은 깊었다. 그는 "'역적'의 팬이지만, 연산의 편이기도 하다"면서 "원래 엔딩은 연산이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끝난다. 리딩을 할수록 연산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적극적 의견을 냈다"면서 "작가님과 감독님 덕분에 연산은 차마 눈을 붙이지 못하고 미쳐버린 상태에서 죽었다. 기능적인 악이 아니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엔 감정 표출이 쉽지 않다. 대리만족도 이었다"고 웃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