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감독과 함께한 뜻깊은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난 배우 심은경의 눈빛은 빛났다.
아역부터 시작해 연기 인생 20년에 해외 진출까지.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오랜 연차와 경험을 쌓았지만, 심은경은 여전히 작품들을 만나며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심은경은 영화 ‘더 킬러스’로 또 한 번 경험한 확장과 전환, 처음 도전해본 옴니버스 장르를 통해 4인의 감독, 수많은 배우들을 만나며 느낀 소중한 순간들을 털어놨다.
심은경은 영화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개봉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킬러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켜 4편의 살인극으로 한 작품에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최악의 하루’, ‘조제’ 김종관 감독,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노덕 감독,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 장항준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써니’, ‘수상한 그녀’, ‘머니게임’ 등 영화와 드라마를 연이어 히트시키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심은경의 만남으로 더욱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화로 먼저 공개된 네 개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심은경은 첫 에피소드 ‘변신’의 연우진, 정이서를 비롯해 ‘업자들’의 홍사빈, 지우, 이반석, ‘무성영화’의 고창석, 김금순, 이재균 등 수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펼쳤다. 한 작품 안에서 여러 배역을 연기하며 네 감독의 디렉팅을 받는 것부터 수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건 그녀의 이전, 그리고 앞으로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심은경은 “함께한 다른 배우들 이야기를 언제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인 것 같다”는 너스레로 말문을 열며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변신’부터 말씀드리면 연우진 배우랑은 작품을 같이 한 게 영화 ‘궁합’(2018) 이후 오랜만이었다. 연우진 배우도, 저도 이 작품에서 (스스로의) 변신을 도모했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님이 이 영화를 다 살려줬다고 생각한다”고 6년 만에 재회한 배우 연우진의 열연에 공을 돌렸다.
표지 모델로 짧지만 강렬히 등장한 장항준 감독의 에피소드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와 관련해선 “제일 편하게 촬영했다. 디렉션도 전화 연결로 이뤄졌는데 감독님은 디렉션이라기보단 ‘잘 부탁한다’ 말씀 한마디 해주셨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촬영한 것 같다”는 유쾌한 답변으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대본을) 100% 이해했다고 볼 순 없는 것 같다. 촬영 직전까지 감독님께 질문을 했다. 내가 맡은 ‘선샤인’이란 캐릭터, 그리고 ‘무성영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감독님께선 먼 산을 바라보며 말씀하시는 편인데 ‘꼭 그걸 이해할 필요는 없어. 언젠가 알게 돼’ 말씀하시더라”며 “그래서 ‘언제 알까요, 조만간 촬영해야 하는데 지금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재미있는 대화를 주고받은 기억도 난다”고 떠올려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연기했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구나 깨달았다”며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운 내 것이 되더라. 연기라는 게 그렇게 연습을 통해 디벨롭(발전)해나가는 과정이구나 느끼게 됐다.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무성영화’를 통해 달라졌고, ‘더 킬러스’란 프로젝트 전반을 통해 연기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이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무성영화’는 한마디로 새로움, 충격 그 자체였다. 저로선 레볼루션, 혁명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스스로에게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남다른 의미로 남을 것 같다며 애착을 표현했다.
“저의 연기적인 실험이자, 이런 지속가능한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구나 확인을 하게 됐어요. 용기를 많이 준 작품이죠.”
한편 ‘더 킬러스’는 오는 10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