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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레협)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암표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음레협은 대중음악 시장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하고자 2012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40여곳의 음악 레이블이 속해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이다. 2022년 취임한 윤 회장은 가요계의 화두로 떠오른 암표 근절을 위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간 협회를 통해 암표 부정거래 설문 조사, 암표 법률 개정 청원 등을 진행하며 업계의 피해 실태를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매크로’ 보급이 불러온 ‘암표와의 전쟁’
윤 회장은 싱어송라이터 정준일, 밴드 디어클라우드 등이 속한 음악 레이블인 엠와이뮤직 대표이기도 하다. 소속 가수들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암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본 당사자라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윤 회장은 “암표는 공연 기획자 및 아티스트를 죽이는 사회 암적인 존재”라면서 “최근 티켓 예매용으로 불법 제작한 매크로(자동 반복 입력 프로그램)의 보급으로 인해 암표 문제가 업계의 위기를 초래하는 수준이 되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조직화, 기업화된 암표상들뿐만 아니라 아이돌 팬덤과 재판매를 노리는 일반 ‘리셀러’까지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커졌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윤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매크로를 제작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늘어나면서 300~500만원선이었던 프로그램 판매 가격이 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면서 “엔데믹 전환 후 공연이 재개되자 매크로 보급에 따른 암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과 2021년까지만 해도 각각 359건과 785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들어 4224건으로 급증했다. 음레협이 지난해 한국리서치를 통해 공연 티켓 예매를 해본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 나이대의 32.8%는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윤 회장은 “공연 예매 진행 시 50%가량이 암표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관람을 원하는 공연의 티켓을 온전한 가격에 구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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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낡은 경범죄 처벌법부터 개정돼야 ‘암표 무법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3년 만들어진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흥행장(공연장), 경기장, 역, 나루터 등지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파는 경우’로 암표 매매를 규정하고 있다. 암표 판매를 대면 판매로 제한하고 있어 한계가 있는 데다가 처벌 규정도 적발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수위가 턱없이 낮다.
윤 회장은 “나루터를 예시로 들고 있을 정도로 실정에 맞지 않는 낡은 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온라인 암표 거래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연법에는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즉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개정 공연법으로는 기업화, 조직화한 암표상들의 움직임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회장은 “암표상이 알바를 고용해 티켓 예매, 판매, 수령, 전달을 각각 다른 사람이 하게 만들면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범죄 수익이 벌금을 웃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몰수·추징 규정이 없는 한 범죄 억지력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음레협은 최근 암표 규제에 관한 해외 사례 조사 보고서를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부터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의 입장권을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 전매로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QR코드 등 전자 티켓도 모두 해당한다.
대만의 경우 암표 판매 시 최대 정가의 5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컴퓨터 조작 등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및 약 1억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을 지난해 5월 통과시켰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이를 재판매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윤 회장은 “해외에서는 매크로 보급에 따른 암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0년대 후반부터 법 개정을 진행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범죄 처벌법이 50년 전 그대로 멈춰 있을 정도로 문제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게 법을 개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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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티켓을 구매한 본인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현장에서 조치를 위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통상 관객의 절반 정도는 공연 20분 전쯤 공연장에 도착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일일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공연을 제시간에 열기엔 무리가 있고, 인력 투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NFT 기술 등을 활용한 모바일 티켓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데 관해선 “티켓이 있는 기기를 현장에서 대여해주는 이른바 ‘기기 대여’ 방식이 이미 본인 확인제 공연에서 편법으로 쓰이고 있고, 고령층이 앱 사용을 어려워한다는 한계 지점도 있다”고 밝혔다.
수요가 있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편법이 생겨나기 마련이기에 암표 구매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까지 만들어져야 암표가 완전히 뿌리뽑힐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고령층을 고려해 가족들 간의 티켓 양도까지는 허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암표 증가로 관객이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해 공연을 봐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면 ‘공연 외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윤 회장은 “애먼 중간 유통자가 가격을 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만약 누군가 쌀의 가격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쳤다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50년째 법이 개정되지 않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선책 마련에 적극 나서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