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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닥터 차정숙’ 김대진 PD는 시사 당시를 회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제작발표회서도 “시청률 두 자릿수만 나와도 다행”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닥터 차정숙’은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뒤로하고 20년 만에 의사 가운을 다시 입게 된 가정의학과 1년 차 레지던트 차정숙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18.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거두며 종영했던 만큼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엄정화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 PD는 시사회 당시 가라앉은 분위기를 떠올리며 엄정화와 매 방송마다 통화했다고 짚었다. 그는 “내부 시사 때 분위기가 안 좋았다”면서 “‘누가 먼저 말을 꺼내나’ 가라앉은 분위기였는데 그 때 제일 불편한 사람이 저랑 정화 누나였다. 다들 말을 주저하다 ‘뭘 보완하면 괜찮아질 거다’ 이런 얘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이게 코미디 장르도 아니고 더군다나 1화에서는 정숙이가 아파서 울기도 하고 병원을 가서부터 우당탕탕 사건이 벌어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실 정화 누나랑 방송 끝날 때마다 통화를 하고 그랬는데 시청률 나오고 나서 누나가 다시 쫑파티하자고, 쫑파티 때 못 즐겼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엄정화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청자들이 볼 때 엄정화라는 당대 최고의 가수이자 배우가 걸어온 길과 차정숙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겹쳐서 봐주신 것 같다”면서 “드라마 내에서 가족 스트레스에 따른 불화 속에도 자기 길을 걸어나가는 차정숙을 엄정화 배우가 잘 해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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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비결에 대해선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김 PD는 “촬영할 때 코로나가 해제되던 시기였는데 사람들이 심각하게 머리 쓰고 집중하기보다는 부담없이 보면서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낫지 않나 싶었다”면서 “사실 편성도 10월 예정이었지만 밀려서 4월로 넘어갔는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창피하지 않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김 PD. 그는 “MBC 입사할 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MBC에 왔다고 말했었다”면서 “드라마를 할 때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창피하지 않을,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인간에 집중한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차기작에 대해선 들어온 대본들을 검토 중이라고. 그는 “사실 ‘닥터 차정숙’ 방송이 계속 되다 보니 다른 드라마를 보지 못했는데 이젠 마음 편하게 보면서 차기작도 검토하려 한다”며 “못 했던 운동도 하고 싶다, 다음 드라마에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