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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혜선은 영화 연출과 함께 꾸준한 노력과 의지로 학업에 대한 열정도 불태워 왔다. 그는 지난 2월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곧바로 카이스트 대전 본원에 위치한 과학 저널리즘 대학원 공학 석사과정에 진학한 소식을 알려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구혜선은 학부 때와 대학원 생활이 많이 다르냐는 질문에 “학부 때랑 완전 다르다. 학부 땐 푸릇푸릇한 아가들과 다녔는데 대학원에선 내 나이가 젊은 것도 많은 것도 아닌 딱 중간이더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또 “내가 학부생활을 하면서 최우수로 졸업을 할 수 있던 건 아이들보다 유혹에 덜 빠져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친구들은 학교가 축제 시즌이 되면 성적이 떨어지는데 저는 축제 참여를 안하니까”라며 “아이들은 그때가 한창 친구도 애인도 만나야 하고 숙제에 뭐에 자기들 놀고 사느라 바쁜데 저는 그럴 게 없다. 과제도 바로 당일에 써서 제출하고 그랬다. 그래서 늘 태도 점수가 상위권이었다”는 너스레로 폭소를 유발하기도.
대학원 생활에 대해선 “내가 더 어릴 땐 왜 그렇게 공부를 싫어했을까, 그때는 이렇게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며 “시간이 흘러 내가 하고 싶어질 때 공부를 하니 확실히 다르더라. 그런 점에서 대학원은 반대로 나처럼 모두가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진학을 했기 때문에 다 나같은 사람들만 있다. 그래서 ‘여기서 1등은 못 하겠구나’ 혼자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대학원 석사 전공이 학부 때와 전혀 다른 것도 눈길을 끈다. 과학 분야의 전공을 택한 이유를 묻자 구혜선은 “예술적인 일을 이미 하고 있고 예술, 철학 쪽을 공부했으니 내가 가진 지식들을 다 연결해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선 이젠 과학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 번은 학부 때 코딩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재밌었다. 당시 교수님이 ‘코딩이 재미가 있으면 전공을 바꿔보라’고 하시더라. 내가 이런 쪽에도 흥미가 있었나 싶었다. 실제로 예술적인 쪽보다 과학 쪽이 성적도 더 좋았다”고 떠올렸다.
특히 과거 자신이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시해 호응을 얻었던 경험을 언급하며 영상 및 음악 전시를 통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이 분야에 보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 지금의 전공을 택한 영향도 크다고 고백했다. 구혜선은 “포맷을 다양화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 이 분야에 비전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선은 석사까지 마무리 하는 게 대중에 신뢰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문적인 영상 스토리텔러가 되려면 확실히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게 나를 위해서도, 관객들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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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시작해 감독, 화가, 작곡가, 가수 등 여러 타이틀을 꿰차며 연예계 대표 N잡러로 불리는 구혜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도전하는 자신에게 ‘진득하지 않다’는 표현을 쓰며 우려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묵묵히 견뎌왔다. 한 우물을 파는 게 미덕이던 세상을 거쳐 ‘융합’이 대세가 된 현재, 구혜선은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음을 느낀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에 이렇게 세상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당시의 사람들에겐 내가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게 그렇게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생각했다”며 “스스로는 하고 싶은 게 확고한데 다른 이들의 눈에는 ‘쟤는 뭐가 하고 싶길래 저려나’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커리큘럼도 전부 융합이다. 과목 이름이 ‘사회과학예술철학’ 이런 식이다. 아쉬움은 있다. 지금 딱 스무살이라면 되게 좋았겠다 싶긴 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감독 자격으로 올해 BIFF에 초청받은 구혜선은 지난 1일 영화제 전야제부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커뮤니티 비프 주요 행사 등에 참석하며 관객들과 열띤 소통 중이다. 그의 단편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이 올해 커뮤니티 비프 부문 초청작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구혜선’은 뮤직 드라마 형태의 다큐멘터리다. 지난 2012년 구혜선이 제작, 감독한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 ‘복숭아나무’가 ‘그리고 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또한 구혜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축소한 형태로 러닝타임 15분의 단편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