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허밍 파라다이스'
신작 50여점 선보여…개막 일주일 만 '완판'
"언어초월 작품에 담아…자신만의 '허밍' 찾길"
9월 13일까지 비스타워커힐호텔 프린트베이커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악플이나 편견 뒤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어요. 사이버불링(인터넷 상에서의 집단 괴롭힘)을 향해 난 미술로 투쟁해 나가겠다는 마음을 표현해봤죠.”
이에는 이, 작품 논란엔 작품으로. 가수 겸 화가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권지안(솔비) 작가가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다. 대중에겐 가수 솔비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알고보면 벌써 10년차 화가다. 권 작가는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호텔 내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열번째 개인전 ‘허밍 파라다이스(Humming-Paradise)’를 연다. 국내에서 첫 공개되는 ‘애플 시리즈’를 비롯해 신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권 작가는 “이번 출품작에는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다”며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시원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 권지안(솔비) 작가가 ‘허밍 레터’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프린트베이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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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 데뷔한 권 작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터넷 상에서 많은 공격을 당해왔다.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SNS에 올린 케이크가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2021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에서 대상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것을 두고 과장된 언론플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권 작가는 “사이버 세상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댓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인생이 피폐해지고 있는지 모른다”며 “‘애플 시리즈’의 경우 ‘넌 사과는 그릴 줄 아니”라는 악플에 나만의 방식으로 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 작가의 작품은 높은 가격에 팔리며 인기를 구가했다. ‘저스트 어 케이크-엔젤(Just a Cake-Angel)’이 서울옥션 경매에서 49회 경합 끝에 1010만 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번 전시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개막 일주일만에 출품작이 완판됐고, 현재는 몇몇 작품을 교체해 새롭게 걸어놓았다.
| 권지안(솔비) 작가(사진=워커힐비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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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케이크’ ‘허밍’ ‘허밍레터’ ‘애플’ 등 총 4개의 시리즈를 공개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풍경 시리즈’는 상실의 아픔과 상처를 담은 작품으로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허밍 시리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작품이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허밍(흥얼거림)’으로 표출하고, 입체적인 라인 드로잉으로 신비로운 조형미를 완성했다. ‘허밍레터 시리즈’는 ‘허밍’과 ‘풍경’을 결합한 것이다.
“허밍은 말과 글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초월’에 대한 이야기예요. 작년 5월 8일에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어떤 단어로도 그리움과 상실감을 표현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가사를 빼고 마음속에 있는 마음을 담아 허밍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 노래가 ‘플라워 프롬 헤븐’인데 캔버스에도 허밍 자체를 담아보려고 했어요. 마치 아빠와 나만이 알 수 있는 하늘 글자, 암호처럼 말이죠.”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미국 초대개인전 이후 진행되는 국내 첫 개인전이다. 권 작가는 미국 현지 디렉터와 평론가로부터 “때때로 케이크는 케이크가 아니고, 사과는 사과가 아니며, 팝스타도 좋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는 주제처럼 ‘허밍 파라다이스’ 그 자체예요. 허밍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뒀어요.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허밍을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밝은 미래가 우리에게 분명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권지안(솔비) 작가의 ‘허밍 레터’(사진=엠에피크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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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안(솔비) 작가의 ‘허밍 크림’(사진=엠에피크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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