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제2의 최요삼’ 사태로 번진 프로권투 배기석(23·부산 거북체육관)의 사망 소식에 권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충격에 빠졌다.
권투인들은 “2008년 1월 최요삼 선수의 사망 이후 2년6개월이 지났지만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한국권투위원회(KBC)의 선수 안전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슈퍼플라이급(52.160㎏) 한국타이틀 매치를 승인한 KBC의 승인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기를 주최한 프로모터의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는 프로모터가 수익금 일부를 지역 프로모터에게 받고 진행을 넘긴 ‘하도급’ 대회였다.
게다가 상대 선수는 경기 내내 ‘헤드 버팅(박치기)’을 했지만 심판의 경기운영은 매끄럽지 못했다.
배기석은 최근 2경기에서 잇따라 패하자 체급을 한 단계 올려 슈퍼플라이급에 도전장을 냈다. 배기석의 최근 4년간 성적은 1승3패(3KO)였다. 그나마 1승은 재기전을 가진 42세 노장에게 거둔 것이다. 배기석은 8라운드 경기에서 모두 KO로 패했고, 슈퍼플라이급 경기는 2005년 6월 한 경기뿐이었다.
아무리 선수층이 엷은 슈퍼플라이급이라고 하지만 지난 5월 기준으로 랭킹 4위에 올랐다는 점은 의문이다. 2연속 KO패를 당했는데도 체급 조정 후 타이틀 도전 자격이 주어졌다.
타이틀전 상대선수가 2년간 5패1무의 성적으로 상위랭킹에 오른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상대선수는 지난 4월까지 라이트플라이급 3위에 랭크됐다가 지난 5월 2체급이나 올렸는데도 슈퍼플라이급 3위에 자리했다. 최근 2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두 체급이나 조정했는데도 순위를 유지했다. 결국 8라운드 이상 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사실상 하위 선수끼리 챔피언타이틀을 놓고 싸운 것이다.
유명우 전 KBC 사무총장은 “철저한 검증과 메디컬 체크를 하고 경기를 치러도 사고가 날 개연성이 높은데, 랭킹 조정부터 엉터리인 대회였다”고 비판했다.
허병훈 삼성체육관 관장은 “체급을 올렸는데 어떻게 랭킹이 상승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슈퍼플라이급이 처음이라면 논타이틀 6라운드부터 하는 게 기본인데 KBC가 대회성사를 위한 프로모터의 요청에 따라 인위적으로 랭킹을 올려준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C는 배기석의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이날 홈페이지(www.koreaboxing.co.kr)에 은행 계좌와 안내 전화 등 접수처를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