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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개봉 이후 50만 관객 돌파를 앞둔 ‘퇴마록’(감독 김동철)은 20년 이상 애니메이션 시장에 몸담은 홍 대표의 업력과 철학을 담은 결실이다. ‘퇴마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惡)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오컬트 블록버스터다. 1993년 발간돼 누적 1000만 부를 달성한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그간 국산 애니메이션은 뽀로로, 신비아파트, 점박이 등 유아용 작품을 제외하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늘 찬밥 신세였다. 실사영화처럼 배우 인지도에 기댈 수 없고, 디즈니, 픽사 등 해외 애니메이션에 비해 관객 관심도도 낮았다. 반면 ‘퇴마록’은 개봉 당시 ‘미키 17’, ‘캡틴 아메리카’ 등과 맞붙는 최악의 대진운에도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원작 팬인 40대 이상 관객들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2030 관객이 신규 유입됐고, N차 관람 등으로 이어졌다. 개봉 6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화력이 뜨겁다. 지난달 26일 텀블벅에서 개시한 ‘퇴마록’의 첫 공식 굿즈(기념품) 펀딩은 단 이틀 만에 누적 모금액 5억 원을 돌파했다.
홍 대표는 “팬덤의 에너지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숙제”라면서 ‘퇴마록’ 후속편 제작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홍 대표가 이끄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인 로커스는 오스카 예비후보에 올랐던 ‘레드슈즈’(2019), 웹툰 원작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2024)를 제작한 기업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 비중의 90%가 유아용 작품들에 몰려 있지만, 홍 대표는 성인, 가족 애니메이션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왔다.
그런 그도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홍 대표는 “국내 기술력은 미국, 일본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정부의 지원 제도나 규모는 이들 국가에 비해 너무 부실해 산업이 성장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장의 팬덤 소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인기 지식재산권(IP) 바탕의 애니메이션 산업 전망은 굉장히 밝다”며 “지금이라도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