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규정(29)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2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1개에 트리플 보기 1개와 더블보기 2개, 보기 7개를 적어내 13오버파 85타를 쳤다. 참가 선수 108명 중 기권한 안송이를 제외하고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백규정은 2014년 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했다. 10년 전, 백규정은 KLPGA 투어에서 잘나가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1995년생인 그는 고진영, 김민선 등과 데뷔해 ‘신인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데뷔 첫해에만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둬 신인왕을 차지했고, 당시 LPGA 투어 주관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도 우승해 미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백규정의 찬란했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부상 등 여러 악재와 불운까지 겹쳐 일찍 LPGA 투어 활동을 끝내고 국내로 복귀했다. 그러나 떨어진 경기력을 회복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2019년을 끝으로 시드를 잃었다.
백규정은 KLPGA 투어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어를 떠난 선수들은 아마추어 골퍼들에 레슨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백규정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지만, 아직 버리지 않은 꿈을 향한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레슨도 하고 있지만, 투어 복귀를 위해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라는 백규정은 “이 대회 우승한 게 10년 전이라 지금은 그때의 기억도 잘 안 난다”라며 “지난겨울에 전지훈련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이번 대회 전까지도 샷이 좋아져 기대했다”라고 이날 경기 결과에 또 한 번 아쉬움을 엿보였다. 그러면서 “어제도 연습 라운드하면서 그린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감이 좋았는데 오늘은 연습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라며 “함께 노력한 코치님께 죄송할 정도다”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85타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골프를 포기할 만큼의 절망은 아니다. 백규정은 다시 한번 투어 복귀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골프라는 게 참 어렵다. 그 어떤 운동보다 어려운 거 같다”라며 “오늘은 85타를 쳤지만, 그래도 마지막 홀에선 버디를 했다. 내일 하루만이라도 연습하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라고 기대했다.
백규정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올해 다시 시드전에 참가해 보겠다”라며 “1차부터 나가야 하는 어려운 관문이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겠다”라고 KLPGA 투어 복귀를 간절하게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