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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오후 2시 축구회관에서 제6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울산 소속의 박용우(30), 정승현(29), 이명재(30), 이규성(29)과 구단 팀 매니저 등 5명이 출석했다. K리그가 출범한 1983년 이후 인종차별과 관련된 상벌위원회는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연맹은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대화에 참여했지만 인종차별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 구단에는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앞서 다섯 사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걸 선수와 팀 매니저가 놀리며 사건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북현대에서 뛰었던 태국의 사살락(27·부리람 유나이티드) 실명까지 거론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용우, 이규성과 구단 팀 매니저는 각자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받은 사살락과 관계자,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인종차별 피해만을 호소해 왔다.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했던 안정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박찬호의 인종차별 피해 이야기에만 공감하며 분노했다. 또 최근엔 여행 유튜버 등이 해외에서 겪는 피해 사례에 한마음으로 해당 국가를 비판하기도 한다.
국내 스포츠계에도 여러 차별은 이미 존재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울산 선수들과 구단 매니저가 아니었더라도 언제든 드러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현재 일부 K리그 구성원 사이에는 인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국내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평가할 때 국적, 종교적인 특성을 이야기할 때도 있다”며 “어떤 나라 사람은 대체로 게으르니 우리 팀과 맞지 않다거나 특정 종교를 믿는 선수는 관리하기 까다로워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관행처럼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기회를 제한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종차별은 우리 삶 주변에도 만연하다. ‘흑형’, ‘깜둥이’, ‘시커먼스’, ‘동남아인 같다’ 등 피부색이나 인종을 빗댄 차별적 표현이지만 가벼운 농담 정도로 치부해 왔다. 이게 논란이 돼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더 드물었다. 피해가 아닌 가해에 무뎌진 이유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 선수가 꼭 유럽에서만 뛰라는 법은 없다”며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그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이야 한국 선수는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언제 어떻게 평가가 달라질지 모른다”며 “공정한 기회 속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우리부터 차별 없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