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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17년 5월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길’(감독 정인봉) 관련 인터뷰에서 “‘노인과 바다’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앤서니 퀸이 75세에 주연한 영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런 작품 한번 해보고 죽었으면, 그게 하나 남은 소망이다”라고 말할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초고령화 시대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노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길’은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할아버지가 아닌 오롯이 송재호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길’에서 불우한 결혼 생활을 보낸 끝에 황혼 녘에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젊은 여인을 만나 수줍어하는 상범 역을 맡은 그는 “참으로 오래 걸어왔다네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나름 열심히 걸어왔는데 그래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길었으면 해”라는 대사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그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걸어온 길에 딱 맞는 대사 같았다.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무지무지하게 많다. 육체적 능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게 고민일 뿐이다. 그래도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해 나름 건강하다”고 말했다.
“옛날에 했던 작품보다는 앞으로 할 작품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도 했던 그가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송재호 씨가 1년 이상 지병으로 편찮으시다 작고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평양 출신으로 동아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1959년 KBS 부산방송총국 성우로 데뷔했다.
1964년에는 충무로를 찾아 영화 ‘학사주점’을 시작으로 배우로 전향했고, 1968년에는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드라마로는 1980년대에 높은 인기를 누린 ‘보통사람들’과 ‘열풍’, 그리고 ‘부모님 전상서’ 등이 있다.
2010년대 들어서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평해전’과 드라마 ‘싸인’, ‘추적자’, ‘동네의 영웅’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작은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과 ‘질투의 역사’로 병세가 깊어지기 전까지 반세기 넘는 시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그는 국제사격연맹 심판 자격증도 갖춰 1986년 아시안게임 사격 종목 국제심판, 1988년 서울 올림픽 사격 종목 보조심판으로도 활약한 이색 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져 8일 정오부터 조문할 수 있고, 발인은 10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