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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그는 한국 사극의 역사다. 김재형(71) PD. 1962년 한국 최초 사극 KBS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KBS ‘한명회’와 ‘용의 눈물’, SBS ‘여인천하’, ‘왕의 여자’ 등 굵직굵직한 사극들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김재형 PD가 현재 연출하고 있는 드라마 역시 사극이다. SBS 월화사극 ‘왕과 나’.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이산’과 엎치락뒤치락 인기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드라마다.
벌써 45년간 사극 연출에 매달려왔는데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시청자들의 성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만들어 내는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연출 감각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김재형 PD 스스로도 “이번 ‘왕과 나’ 연출도 늘 그렇듯 재미있어요”라며 “내 천직인 걸요”라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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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증과 격식 지키는 정통 사극 고집해온 45년 연출사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킨 퓨전 사극이 요즘 사극의 추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재형 PD는 역사에 가까운 정통 사극을 고집해 왔다. ‘왕과 나’ 역시 조선 9대 임금 성종과 폐비 윤씨, 내시 김처선의 이야기를 담은 정통 사극이다.
“드라마틱한 부분은 살려야겠지만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인데 사실이 중요하죠. 사극은 정사에 가깝게 따라가야 해요.”
‘왕과 나’는 세종부터 연산군까지 7명의 임금을 시종한 김처선을 성종과 동년배로 설정, 변화를 줬고 개그우먼 출신 김미려와 강남길을 투입해 시청자들에게 간간이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큰 틀은 정사에서 되도록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는 게 김재형 PD의 설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사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고증과 격식미’를 꼽았다. 궁궐에서 임금과 신화, 중전과 후궁들이 대화를 나눌 경우와 그들이 모두 모였을 때 각각의 인간관계에서 갖춰야 할 격식을 고증을 통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재형 PD는 공동연출을 맡은 후배에게 야외연출을 맡기면서도 격식미를 갖춰야 하는 세트녹화는 꼭 자신이 직접 챙긴다고 했다.
“사극을 연출하며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고증과 격식미인 것 같아요. 특히 격식미는 고증을 하더라도 창출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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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사랑' 현대극 보다 선조들 긍지 담는 사극이 매력
사극 연출의 대가로 유명하지만 김재형 PD는 ‘서울이여 안녕’, ‘딸’, ‘달동네’ 등 현대극도 연출을 했다. 일반적으로 사극은 현대극보다 연출이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게 사실. 그럼에도 일흔살을 넘은 노장이 사극 연출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요즘에는 전문직 드라마가 선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현대극이 남녀의 사랑을 주요 소재로 뻔한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사극은 달라요. 남녀의 사랑도 소재가 되지만 5000년 한국 역사 속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긍지가 드라마에 담겨있는 게 매력적이죠. 우리 선조들의 나라사랑은 지금 정치판과도 달랐죠.”
김재형 PD가 ‘국토만리’를 연출하기 전에는 한국에 역사드라마가 없었다. 사극은 연극이나 영화가 전부였다. 당연히 PD들도 사극 연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그 상황에서 김재형 PD가 사극 연출에 뛰어든 것은 ‘다른 동료들이 기피하니 내가 한번 해보자’는 새로운 장르 개척에 대한 도전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초 사극 ‘국토만리’는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사극은 드라마의 한 장르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김재형 PD는 ‘왕과 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사극을 연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손주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나는 사극 현장에 있어야 사는 맛을 느껴요”라며 “사극 연출이 다른 장르보다 고되지만 체력과 건강은 아직도 자신 있는 만큼 은퇴는 생각하지 않아요. 힘닿는 데까지 사극 연출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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