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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자골프 간판스타 마쓰야마 히데키(32·일본)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7억원)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PGA 투어 아시아 선수 최다승(9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쓰야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쓸어담아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마쓰야마는 2022년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2년 1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9승을 거뒀다. 2011년 최경주(54)가 세운 PGA 투어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8승)이 13년 만에 깨졌다.
마쓰야마는 우승 후 “최경주를 넘어 통산 9승을 달성하는 건 나의 큰 목표 중 하나였다”며 “2년 전 8승을 기록한 뒤 허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톱10을 기록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쓰야마의 멘토인 마루야마는 최경주와 비슷한 시기에 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통산 3승을 기록했다. 마쓰야마는 “마루야마는 내가 PGA 투어 통산 4승째를 기록한 순간 ‘최경주의 최다승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2년 전 통산 8승을 기록하자 그는 또 한번 ‘최경주의 기록을 깨자’는 목표를 상기시켜줬다”고 소개했다.
마쓰야마는 소니오픈 우승 후 약 2년 동안 목,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는 톱10 진입이 두 차례에 그쳤고, 세계랭킹도 55위까지 떨어졌다. 이번 우승은 그런 부상과 부진을 극복한 성과여서 더 특별하다. 특급 대회 우승으로 마쓰야마는 400만 달러(약 53억4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넣었고, 세계랭킹도 20위로 오를 예정이다.
이날 마쓰야마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에 6타나 뒤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라운드 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마쓰야마는 10~12번홀에서 또 한 번 3연속 버디 쇼를 펼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쓰야마는 1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20cm 거리에 붙여 탭인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6번홀(파3)에서 티 샷을 핀과 15cm 거리에 자석처럼 붙여 또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7번홀(파5)까지 또 3연속 버디 행진을 펼친 마쓰야마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m 파 퍼트를 집어넣은 뒤 보기 드물게 주먹을 힘껏 움켜쥐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쓰야마는 “15번홀 두 번째 샷은 ‘퍼펙트 샷’이었다. 내가 한 최고의 샷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마쓰야마는 시상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직접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예정대로라면 대회 호스트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지만, 2라운드에서 독감 증세로 기권한 뒤 이날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쓰야마는 우즈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살짝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프로가 된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꿈이었다. 우즈가 호스트가 된 뒤 그 꿈이 훨씬 커졌다”며 “우승했는데 우즈와 사진을 찍지 못해서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자는 매해 호스트인 우즈와 기념사진을 남겨왔다.
이번 대회 출전한 한국 선수 4명은 모두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3타를 줄인 안병훈(33)은 공동 16위(7언더파 277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김주형(22)은 공동 24위(5언더파 279타)에 자리했다. 김시우(29), 임성재(26)는 공동 44위(이븐파 284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