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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렌카는 2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정친원(15위·중국)을 1시간 16분 만에 세트스코어 2-0(6-3 6-2)으로 눌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단식 우승을 차지한 사발렌카는 이로써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했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 2년 연속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12년과 2013년 빅토리야 아자란카(22위·벨라루스) 이후 11년 만이다. 우승 상금은 315만 호주달러, 한국 돈으로 27억7000만원이다.
사발렌카는 이번 우승으로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와 함께 여자 테니스 ‘2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발렌카는 2022년 US오픈부터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6개 대회 연속 4강 이상 진출했다.
아울러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는 무실 세트 우승을 완성했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무실 세트 우승을 이룬 선수는 2022년 애슐리 바티(호주) 이후 올해 사발렌카가 2년 만이다.
사발렌카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다음 주 세계 랭킹은 그대로 2위를 유지한다. 반면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진출한 정친원은 우승 문턱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랭킹을 15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다.
중국 선수가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0위 안에 오르는 것은 과거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던 리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리나는 2014년 호주오픈에서 중국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이룬 바 있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사발렌카는 1세트 시작 후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등 내리 3게임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를 6-3으로 가볍게 따낸 사발렌카는 2세트에서도 정친원을 압도했다. 정친원은 2세트 첫 서브 게임에서 더블폴트를 3개나 쏟아내며 브레이크를 허용하는 등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2세트 초반부터 게임 스코어 2-0으로 간격을 벌린 사발렌카는 3-1에서 다시 한번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와 승기를 굳혔다. 2002년생의 정친원은 중국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블폴트를 6개나 범하고 첫 서브 성공률이 53%에 그치는 등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사발렌카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메이저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또 메이저 정상에 오른 뒤 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늘 내가 메이저 대회에서 또 우승해보니 그 선수들의 마음이 이해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는 되지 않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메이저에서 우승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과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의 부친 세르게이는 2019년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발렌카는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제가 25세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2번 이상 우승하기를 바라셨다. 엄마, 동생, 할머니 등 가족들의 헌신과 도움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