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감동이 채 식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2701호 논란’이 불거졌다. 2701호는 카타르월드컵 당시 선수단 호텔 인근에 자리한 ‘비공식’ 치료실이었다. 이 치료실은 대한축구협회 의무팀과 별개로 운영된 것이었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와 그의 동료는 이 방에서 국가대표들을 하루 5~6명씩, 매일 15시간씩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대표팀 선수들은 안덕수 트레이너를 상당히 의지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자격 문제를 이유로 그를 정식 채용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은 일방적인 주장이 많다. 당사자와 축구협회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진실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월드컵 당시 비공식 치료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SNS 메시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인정했다. 이 비공식 치료실이 선수들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이 개인 비용을 들여 이 트레이너를 카타르 현지까지 데려왔다는 점도 틀리지 않다.
드러난 사실만 봐도 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대표팀이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대표팀 운영 및 관리에만 무려 362억원을 썼다. 협회 전체 지출의 30%가 넘는 큰 금액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월드컵 대표 선수들의 몸 관리를 비공식적인 인물이 맡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협회가 문제 삼는 대로 안 트레이너가 ‘무자격자’라면 처음부터 선수들의 몸을 맡겨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반대로 선수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다면 당연히 시스템 안에 데려오고 충분한 지원을 해야 했다.
대표팀 의료 시스템이 선수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대표팀 의료 시스템은 스포츠 의학 최정점에 서 있어야 한다. 선수들의 부상 치료나 회복, 재활 등 모든 면에서 최고여야만 한다. 몸이 생명인 선수들에게 최고의 지원이 이뤄지는 게 맞다. 월드컵 이후 드러난 여러 정황에서 그러지 못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는 대한축구협희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카타르월드컵은 막을 내렸지만 월드컵은 4년마다 계속 열릴 예정이다. 올림픽, 아시안컵 등 준비해야 할 대회도 수두룩하다. 단순히 특출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을 넘어 대표팀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논란을 철저히 조사하고 명백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냥 쉬쉬하고 숨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만 더 커질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소통이다. 국가대표는 엄청난 부담과 책임을 짊어지고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가 할 일이다. 선수들이 원하는데 다른 이유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스템의 문제라면 시스템을 빨리 바꿔야 한다. 사람의 문제라면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2022년에 한국 축구가 카타르에서 이룬 성과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비정상적인 부분은 반드시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한국 축구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