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최동원' 조은성 감독 "진짜 에이스의 모습 소개하고 싶었죠"(인터뷰)

이석무 기자I 2021.11.11 04:30:00
영화 <1984 최동원> 조은성 감독. 사진=㈜영화사 진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최동원 선수는 에이스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 진짜 에이스를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소개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최동원의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의 공식 개봉일은 11월 11일이다. ‘11’은 바로 최동원이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손꼽히는 1984년 한국시리즈 롯데자이언츠의 기적 같은 우승을 다룬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최동원이 자리하고 있다.

최동원은 당시 삼성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7경기 가운데 혼자 5경기에 등판해 팀의 4승을 모두 책임졌다. 심지어 4승 뒤에 가려진 1패도 있다. 옛날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기록.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최동원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최동원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1984 최동원’은 어린 시절 최동원을 좋아해 야구선수까지 했던 ‘야구키드’ 조은성 감독이 보내는 ‘헌시’다. 조 감독은 “한 사람을 추모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최동원 선수를 추모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최동원의 일대기 전체를 담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1984년 가을에 철저히 집중했다. 최동원의 가장 빛났던 순간을 집중적으로 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조 감독은 “지금 야구는 굉장히 세련되고 멋있지만 스토리는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시절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드라마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지금 세대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1984년 한국시리즈가 딱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최동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김시진

영화의 주인공은 최동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그 시절 최동원과 함께 활약했던 동료 및 상대 선수들이다. 특히 당대 최동원의 뜨거운 라이벌 에이스였던 김시진의 인터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당시 왼쪽 발목에 금이 간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 최동원과 대결을 펼쳤던 김시진은 영화 속 인터뷰에서 이같이 되돌아봤다.

“스스로 동원이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했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동원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졌다. 나는 항상 쫓아가는 입장이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6차전 패배 후 쭉 야구를 해온 게 회의가 들 정도로 충격이 컸다”

조 감독은 “사실 김시진 감독과 인터뷰를 많이 걱정했는데 막상 만났을 때 너무 잘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당시 김시진 감독이 인터뷰 말미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그라운드의 시계가 멈췄다. 하지만 추억은 기다림을 견디는 힘이다’라는 배우 조진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롯데의 열혈팬으로 유명한 조진웅은 노개런티로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제의를 받은 뒤 한달음에 달려와 녹음에 참여했고 여러 차례 추가 녹음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최동원을 추억하는 작업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조 감독은 “조진웅씨가 아니면 아예 내레이션을 넣지 않거나 작품을 미루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했다”며 “막상 연락을 하니 흔쾌히 응해줬고 진심을 다해 녹음에 참여해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최동원을 21세기에 되살린 17개 비디오테이프

조 감독은 최동원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로 한 뒤 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방송사 자료실을 뒤졌는데 중계 원본은 없고 하이라이트 클립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최동원의 아버지에게 당시 한국시리즈 중계를 녹화한 VHS 비디오테이프 17개가 집 창고에 먼지가 쌓인 채 남아 있었던 것. 이를 디지털로 변환해 복원하면서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어렵게 당시 자료를 모으고 다양한 인물의 인터뷰를 붙여 가편집하니 4시간이 넘는 분량이 나왔다. 이를 다시 자르고 붙이면서 2시간 가량의 최종 편집본이 완성됐다. 조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면 최동원 선수 아버지가 남겨준 17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며 “영화가 조금 더 관심을 받으면 풀버전의 감독판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최동원의 등번호와 같은 11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최동원 선수의 등번호만큼 11만명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진 뒤 환하게 웃은 조은성 감독은 이내 속마음을 전했다.

“이 영화는 솔직이 거대한 메시지가 들어 있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옛날에 이런 스포츠 스타가 있었고 지금 여러분이 보는 한국 야구는 이런 분들의 노력이 조금씩 쌓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이다. 그러니까 옛날 이야기도 가끔씩은 들어봐 달라’는 작은 소망이 담겨 있다. 옛날 경기를 요만한 유튜브 화면으로 보는데 옛날 텔레비전을 본다고 생각하고 당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느낌으로 영화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1984년 당시 롯데자이언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동원. 사진=㈜영화사 진
부산 사직구장 앞에 서있는 故최동원의 동상. 사진=(주)영화사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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