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애플TV+…“2022년 OTT 대격돌”
다음달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는 지난 14일 미디어데이에서 ‘키스 식스 센스’, ‘설강화’, ‘너와 나의 경찰수업’, ‘무빙’, ‘그리드’ 등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하며 국내 콘텐츠 시장을 향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를 비롯한 아태지역 창작자들과 미국 디즈니 제작진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APAC 크리에이티브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주요 전략으로 처음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디즈니+는 수십 년 역사를 지닌 디즈니 만화 IP(지적재산)를 비롯해 대규모 인수 작업으로 마블스튜디오, 21세기 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워즈, 픽사, 스타 등 글로벌 제작사들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디즈니의 국내 콘텐츠 시장 투자는 한국의 제작사와 외주 계약을 맺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국내 제작자를 디즈니의 제작 시스템에 투입해 마블 시리즈 등 히트 콘텐츠와 적극 협업케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플TV 플러스(+)도 오는 11월 4일 국내 진출과 함께 첫 국내 오리지널 작품 ‘Dr. 브레인’을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김지운 감독 연출에 영화 ‘기생충’의 배우 이선균을 내세웠다. 영화 ‘미나리’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윤여정과 한류스타 이민호가 출연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소설 원작 ‘파친코’도 제작 중이다.
현재 독주 중인 넷플릭스도 ‘오징어 게임’의 기세를 몰아 K콘텐츠 라인업을 잇달아 전면 배치했다. 올해 국내에만 5000억 원 투자를 예고한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공개된 ‘마이 네임’부터 인기 웹툰 원작에 연상호 감독이 맡고 유아인이 출연하는 ‘지옥’, ‘신세계로부터’, ‘솔로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내년 2월까지 매달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프라임, HBO 역시 내년쯤 한국에 상륙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리는 만큼 2022년이야말로 OTT 춘추전국 시대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한 콘텐츠 대가 계기 될 것…내수 위축 우려도
글로벌 공세에 맞서는 토종 OTT 업체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2위 사업자인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연평균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 역시 2023년까지 4000억원(연평균 1300억원)을 투자해 1년에 약 3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이명한 티빙 공동대표는 최근 티빙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진출 전략 계획까지 직접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분사해 독립한 KT시즌도 이달 중 오리지널 ‘크라임 퍼즐’, ‘어나더 레코드’와 내년 ‘소년비행’ 공개를 앞뒀고, 2025년까지 1000여개의 IP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콘텐츠들의 정당한 대가 지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는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재로선 넷플릭스 같은 OTT 기업이나 방송사가 ‘오징어 게임’ 같은 히트 작품과 계약을 맺으면, 제작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제작비의 100~120% 수준 금액 외에 어떠한 추가적인 작품 흥행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콘텐츠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 좋은 콘텐츠를 보유한 제작자의 입장이 우위에 설 것이고, OTT쪽이 먼저 인센티브 등 제작자에 유리할 여러 협상책들을 제시하며 업계에 구체적 보상 방안이 정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극장이나 토종 OTT 등 내수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좋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전 세계 진출의 매력 때문에 글로벌 OTT로만 떠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며 “킬러 콘텐츠 제작자들이 글로벌 OTT하고만 작업하려 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투자해도 국내 OTT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감독은 “잘 나가면 넷플릭스나 디즈니, 선택받지 못하면 차선책으로 국내 OTT를 선택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OTT 개봉 열기로 인해 오프라인 극장이 침체될 상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안,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