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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원 스포츠는 학부모의 회비로 운영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들이 회비를 내면 학교는 운동부 관련 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회계에 편입한다. 학교 회계에서 지도자의 봉급이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학부모들의 회비가 지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금지된다. 학교 운동부 지도자도 교직원의 범위에 포함돼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식 교직원으로 등록돼있는 지도자는 문제가 덜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일반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급여를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정식 교직원으로 등록돼있지 않은 전임코치다. 서울에만 학교 운동부 전임 코치가 8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회비를 모아 봉급을 부담하는 경우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장 김영란법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급여를 지원하지 못하면 이들 전임코치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전임코치들이 운동부를 지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학교 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보통 학교 전임 코치들의 월급이 약 200~300만원 정도 된다. 학교에서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렵다”며 “학부모들이 급여를 지원하지 못한다면 전임 코치를 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도자의 급여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운동부 운영비나 식비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학부모들의 회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비용에서 지도자들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례로 현재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선수들 회식을 시키더라도 감독, 코치는 참석할 수 없다. 하다못해 물이나 생수 같은 사소한 간식도 받을 수 없다. 학부모가 지원하는 전지훈련도 지도자는 참가할 수 없다. 운동부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번 김영란법 시행을 통해 금품수수 등 학원 스포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당장의 현실은 걱정과 고만이 더 앞서는게 사실이다. 학교 스포츠의 급격한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 고교 배구팀 코치는 “대부분의 학원 체육 지도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생활하고 있다”며 “그런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학원 스포츠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속수무책이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등 주무 부서들은 아직도 구체적인 매뉴얼조차 만들지 못했다.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될수록 학원 스포츠가 느낄 위기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