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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트라이' 韓럭비 위해 달리는 재일한국인 오영길 감독(인터뷰)

이석무 기자I 2024.09.03 06:00:00
한국 럭비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재일동포 오영길 OK읏맨 럭비단 감독. 사진=이석무 기자
OK읏맨 럭비단 오영길 감독.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럭비에서 상대편 골라인 밖, 즉 ‘인골’지역에 볼을 터치하면 5점을 얻는다. 이를 ‘트라이’라고 한다.

트라이는 ‘도전’, ‘시도’라는 뜻이다. 경기장 위 선수들은 점수를 따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반복한다. 계속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바로 ‘럭비 정신;’이다

오영길(55) OK읏맨 럭비단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의 실제 주인공이다. 재일한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 럭비부가 일본 고교럭비전국대회인 ‘하나조노’ 4강에 오르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아이들이 럭비를 통해 깊은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오 감독의 럭비 인생은 ‘트라이’의 연속이다. 그 역시 오사카조고에다니면서 럭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에는 오사카조고 교사로 발령받아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7년부터는 럭비부 감독을 맡았다. 2015년까지 7번이나 오사카 대표로 ‘하나조노’에 참가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 4강 진출을 이뤘다.

이후 럭비를 더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일본 명문 실업팀 NTT 도코모의 전력분석원으로 옮겼다. 오 감독은 2021년부터 한국 럭비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대한럭비협회 전력강화이사와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이어 2023년부터는 OK읏맨 럭비단 초대 사령탑에 올라 선수들을 직접 지도 중이다.

최근 OK읏맨 럭비단 전지훈련이 진행된 일본 후쿠오카에서 직접 만난 오 감독은 한국 럭비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좋은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1년 넘게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실력이 눈에 띄게 빨리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럭비의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이다. ‘럭비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일본과는 비교하기 어려워도 조금이나마 상황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오 감독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점은 경기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OK읏맨 럭비단이 1년에 두 차례씩 일본 등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더 많은 실전감각을 쌓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은 실업팀이 많아야 1년에 10경기 정도 치른다. 이래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최소한 1년에 30경기 정도 치를 수 있는 리그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수를 늘리기 위해선 선수단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국내 럭비 실업팀은 한 팀에 20~25명 수준이다. 럭비는 기본적으로 15명이 그라운드에 나선다. 워낙 격렬하고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보니 부상이 잦다. 선수 숫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오 감독은 “한 팀에 최소 30명 이상은 돼야 자체 연습경기라도 치를 수 있다”며 “선수단이 더 커져야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지도자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한력비협회와 럭비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감독은 “유소년팀부터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지도자마다 지도법이 전혀 달라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이 세계 수준과 발맞춰 가기 위해선 국제 감각을 갖춘 지도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공부하는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지도자 자격증제 등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감독의 ‘트라이’는 진행형이다. 눈앞에 놓은 가장 큰 목표는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이다. 전국체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이루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오 감독은 “한국 럭비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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