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선임
절차적 정당성·자국 리그 무시 등 논란 속에 응원받기 쉽지 않아
이영표 해설위원, "둘 중 더 중요한 건 있을 수 없어"
박지성 디렉터, "결과가 과정 이길 수 있을지 가늠 안 돼"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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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이번 사안은 너무 커서 결과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전 울산HD 감독이 선임된 가운데 여전히 비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약 5개월의 걸친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의 결과로 홍명보라는 답을 내놨다. 외국인 지도자 선임 계획을 밝혔다가 갑작스럽게 국내 지도자로 선회했고 또 현직 K리그 감독을 빼 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 중 한 명이었던 박주호(37)가 선임 과정을 꼬집는 영상을 게재하며 더 큰 비판에 놓였다.
이임생(53) 기술총괄이사와 홍 감독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이사는 면접을 진행했던 외국인 지도자와 달리 홍 감독에게는 면접 없이 부탁으로 감독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감독 선임 절차 문제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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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분노가 큰 가운데 대표팀을 거쳤던 선수들도 나섰다. 이영표(47) 해설위원은 이번만큼은 협회가 좋은 외국인 지도자를 모셔 올 거란 기대가 있었다며 “다시 협회를 믿자는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선 “저를 포함한 축구인의 한계를 본 것 같다”라며 “당분간 저희는 행정을 하면 안 되고 말 그대로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원한 캡틴’으로 불리는 박지성(43) 전북현대 디렉터 역시 이례적으로 자기 의견을 가감 없이 밝혔다. 그는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답을 맞이했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절차대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라고 꼬집었다.
| 전 축구선수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서 미래세대 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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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지 않는 감독 선임 과정과 현직 K리그 감독을 빼 오며 자국 리그를 무시하는 모습까지 보였기에 향후 홍명보호를 향한 지지가 얼마만큼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이 위원은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대표팀 구성원 대부분은 K리그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는 대표팀의 근간이고 둘 중 더 중요한 건 있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 디렉터도 “새 감독이 왔을 땐 큰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솔직히 처음”이라며 “프로 스포츠에서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많다는 걸 알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 커서 결과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프레스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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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울산-광주FC전에서 만난 한 울산 팬은 “우리도 대표팀을 좋아하지만 K리그가 있기에 대표팀도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위에서 한순간에 자국 리그를 짓밟아버리면 밑에서 올라오는 유소년 선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라며 “변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광주 팬 역시 “대표팀 경기를 보러 서울까지 가기도 했지만 이번 국가대표 선임과정을 보니 이제는 어려울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한 대표팀에 막연히 박수를 보내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