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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수장 자리, 쪼그라든 정부 지원… 위기의 BIFF

김보영 기자I 2024.04.04 06:00:00

올해도 준비 과정 가시밭길
2차 공모서도 집행위원장 못 찾아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영화제 준비
올 사업비 121억원으로 늘었는데
정부지원금은 6.1억으로 '반토막'
기업 협찬 등 자구책 마련 골머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스태프가 개막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스물아홉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겨운 항해를 시작한다.

영화제 돛을 올렸지만 여전히 집행위원장 자리가 공석이어서다. 말 그대로 수장 없이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비 지원마저 줄었다. 기업 후원 확대나 자체 재원 마련으로 어떻게든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서의 위상과 자부심을 회복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BIFF의 야심찬 계획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적격자 없다…2인 부집행위원장 체제로

‘제29회 BIFF’는 올해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그런데 출발부터 불안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집행위원장 없이 영화제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BIFF 사무국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최근 치러진 집행위원장 2차 공모에서도 적격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임추위는 “영화계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한 많은 이가 1·2차 집행위원장 공모에 참여했으나 영화제의 새로운 도약과 방향성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내부 논의 끝에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을 연기하고 박광수 이사장을 중심으로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 강승아·박도신 부집행위원장 2인 체제로 집행위원장의 공백을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던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대행직을 내려놓고 본래 업무에 집중한다. BIFF 측은 올해 영화제를 치른 뒤 다시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집행위원장 없이 영화제를 개최하게 되면서 BIFF의 국제적인 위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집행위원장은 국내외 영화계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으면서 정무에도 능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직책”이라며 “지난해 내홍을 겪은 만큼 후임 집행위원장직에 선뜻 자원하려는 이가 많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구색용으로 자리를 채우기보단 시간을 두고 신중히 뽑는 게 더 낫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집행위원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 BIFF가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인 명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전경(사진=뉴스1)
◇절반 깎인 국비지원…“자구책 마련에 최선”

BIFF의 또 다른 고민은 예산이다. 올해 들어 정부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예산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어서다. BIFF 사업비는 2021년 98억원, 2022년 120억원, 2023년 112억원이었고, 지난 3년간 국비로 매년 12억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전체 예산의 약 12%다. 남은 사업비는 지자체(부산광역시)가 지원하는 시비(평균 50억원 수준)와 기업 후원으로 충당했다. 올해는 BIFF를 포함해 모든 영화제의 정부 지원금이 절반으로 깎였다. BIFF의 경우 작년까지 국비로 12억80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올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6억1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가 받는 정부 지원금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이 유일하다. 영발기금은 주된 재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징수액이 팬데믹 이후 관객 수 감소로 줄어들며 고갈 위기에 처했다. 자연스레 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산도 감소했다. 2019년 60억1100만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25억190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축되면서 BIFF 등 영화제가 받는 정부 지원금도 대폭 줄어들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입장권 부담금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부담금을 폐지하더라도 영발기금은 기존처럼 운영한다는 계획이나, 그 공백을 국고로 얼마나 어떻게 채워줄지는 미지수다. 시비 지원도 지난 10년간 부산광역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꾸준히 동결 및 삭감 기조를 고수해 온 터라 상황은 위태롭다.

BIFF는 여러 어려움에도 올해 사업비를 121억원으로 전년보다 높게 책정했다. 자체 재원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한 BIFF의 노력 및 의지의 표시다. BIFF 사무국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협찬 기업들을 더 풍부히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호 초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비, 지자체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BIFF가 위상을 유지하려면 자체적인 재원 마련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올해는 무너진 영화제의 신뢰, 이미지를 회복해 더 많은 기업의 후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내실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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