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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과 '우영우'…'필OTT' 시대 속 IP 지키기

김가영 기자I 2022.09.28 05:05:11

OTT 필수 시대 맞아 IP 소유에 대한 문제 대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IP 잡고 흥행 잡은 성공사례
"정부 지원 필요..자본 바탕 되어야 K콘텐츠 지킬 수 있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사진=에이스토리)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계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1순위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경우 제작사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약 조건이 ‘100%+α’다. 들어간 만큼의 제작비와 수익을 보전해준다. 더구나 글로벌 OTT 플랫폼의 경우 자연스럽게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프로그램이 노출된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제작업계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다. 국내 OTT들도 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콘텐츠 수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필(必) OTT 시대. 하지만 최근 들어 제작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콘텐츠 IP(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부상하면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 IP를 OTT에 넘기는 일반적인 계약 조건인데 이런 방식이 이익 극대화에 합리적인 것인지 제작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OTT 오리지널 계약의 이점은 여전하지만 제작사들은 콘텐츠 유통방식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영우’ 성공→IP 사수 성공사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흥행은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계약에서 ‘바람직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영우’는 제작사인 에이스토리가 IP를 단독으로 갖고 ENA, 넷플릭스와는 각각 방영권 계약만 체결했다. 기획력, 대본, 연출, 연기까지 완벽한 합을 이루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을 거뒀다. 에이스토리는 ‘우영우’의 IP를 웹툰,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리메이크 등도 직접 논의를 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미 미국, 프랑스, 터키, 중국, 일본 등의 국가와 리메이크를 논의 중이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2’에서도 수많은 국가에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영우’와 비교되는 작품은 ‘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 흥행에 이어 최근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황독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에 오르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가치가 8억9110만 달러(지난해 10월 기준 약 1조546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54억원으로 투자 대비 41배의 효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제작·창작자가 누린 경제적 이득은 계약 당시 보장된 금액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OTT 오리지널 계약의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와 오리지널 콘텐츠 계약시 제작비의 110~120%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계약 조건이 축소돼 110% 미만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신 시즌제가 제작될 때 투자금과 그에 대한 베네핏이 더해지는 등 계약 조건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콘텐츠 지키려면 정부 지원 필요”

제작사들은 준비하는 작품의 장르, 작가와 배우의 인지도, 제작비 규모 등을 따져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제작비가 많이 안들면서 흥행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정도의 작품이라면 IP를 보유한 채 글로벌 OTT 플랫폼과 방영권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역별 OTT 플랫폼 및 방송사들과도 각자 방영권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제작비가 몇백억씩 들어가는 대작이라면 국내 제작환경에서 OTT 플랫폼의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IP를 제작사와 플랫폼이 공동 소유하는 것도 거론되는 방식 중 하나다.

문제는 자본이다. IP 보유의 중요성은 제작사들도 알고 있지만 그것도 제작을 하고 난 뒤의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의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는 “작은 규모의 제작사는 작품 하나만 잘못 돼도 버티기 힘들다”며 “제작사가 힘을 갖춰야 IP도 소유하고 방송 플랫폼과 계약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짚었다. 에이스토리가 ‘우영우’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오랜 기간 다수의 흥행작을 만든 업력과 자본을 갖춘 제작사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제작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IP 사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정부에서 기술보증서를 끊어 대출 보증을 서주고 필요한 제작비를 대출해주는 대신 이자와 원금을 받는 방식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작비 규모가 커진 만큼 대출금 규모도 이전보다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주목받으며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IP를 논의하는 상황이 됐다”며 “당장 OTT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는 없겠지만 이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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