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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다'→'돌싱포맨'…방송가 키워드로 자리잡은 '돌싱' 예능

김보영 기자I 2021.08.11 06:00:00

싱글맘 육아→돌싱男 일상, 연애까지…소재 다양해져
화제성, 시청률 안정적…"자극 대신 진솔함" 호평도
이혼율 증가, 가족 형태 다양 등 세태 변화 한몫

(왼쪽부터)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MBN ‘돌싱글즈’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혼 남녀들의 일상을 담은 ‘돌싱(돌아온 싱글)’ 관찰 예능이 지상파와 종편(종합편성채널)을 관통한 방송가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연예인, 스타뿐 아니라 비연예인들가지 방송에 나와 ‘돌싱’의 일상과 이혼 후 변화한 가치관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육아 및 싱글 라이프, 연애 등 ‘돌싱’을 조명하는 예능 소재들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이혼한 연예인들의 근황을 일정 기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그로 인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 등 이혼은 불미스러운 사건처럼 연예인이 일정 기간 공백기를 갖도록 하는 사유로 여겨졌다. 현재 ‘돌싱’이 주인공인 프로그램들의 범람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

◇싱글맘 육아→연애…키워드로 자리잡은 ‘돌싱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와 MBN ‘돌싱글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 등이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방송을 시작했다.

‘내가 키운다’는 싱글맘 연예인들의 육아 일상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장수 프로그램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외에 한동안 육아 예능이 뜸했던 데다 배우 조윤희, 김현숙, 채림, 방송인 김나영 등 한동안 활동이 잠잠했던 연예인들이 오랜만에 출연을 예고해 관심을 모았다.

방영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출연진은 물론 남자 MC인 김구라까지 이혼 후 솔로 육아 경험, 연예인의 지위란 공통점 아래 진솔히 삶의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방송 직후 심경을 담담히 고백한 조윤희, 김현숙, 채림, 김나영의 용기는 박수를 받았고, 이들의 육아가 지나치게 편협하거나 동정 어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연출한 제작진의 진솔함도 호평을 이끌었다. 조윤희의 딸 로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유튜브 클립 영상 조회수 295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돌싱글즈’는 스타 대신 비연예인 돌싱 남녀들을 주체로 내세워 이들이 새로운 연애에 도전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그간 비연예인들의 연애, 썸을 다룬 관찰 예능이 많았지만 ‘돌싱’들의 연애 및 동거 프로젝트를 다룬 러브 버라이어티는 ‘돌싱글즈’가 처음이다.

‘돌싱글즈’ 연출자 박선혜 PD는 “이혼하길 원하는 사람, 결혼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람, 나아가 재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며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편견은 편견일 뿐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돌싱포맨’은 이혼 후 ‘돌싱’ 남성들의 취미 및 일상, 가치관 변화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SBS 인기 예능인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돌싱남’ 네 명이 게스트를 집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예능이다. 이상민과 탁재훈, 임원희, 김준호 등이 출연해 이혼부터 사업 실패, 건강 문제, 연애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진솔히 나눈다. 시청자들은 “‘돌싱들이 듣기 싫은 질문’, ‘재혼 상담’ 등 성역 없는 토크 주제랑 노련한 출연진의 입담에 웃음이 마를 새가 없다”, “재미는 유지하되 이혼을 그저 눈물 섞인 신파나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다루지 않는 시선이 좋다”는 반응이다. 시청률도 안정적이다. 첫회(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3%를 시작으로 2회 만에 시청률이 7.9%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5%에 가까운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SBS ‘돌싱포맨’ 제작발표회 단체 사진. (왼쪽부터)임원희, 탁재훈, 김준호, 이상민. (사진=SBS)
◇이혼율 증가→가족형태 변화로 옅어진 편견

전문가들은 ‘돌싱’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활발히 제작되는 배경으로 이혼율 증가 및 다양한 가족 형태 등장에 따른 대중의 인식 변화를 꼽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통계적으로도 이혼이 늘었고 황혼에 이혼하는 경우도 생겨나면서 이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닌 게 됐다”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신념도 옅어지면서 대중의 인식도 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이혼 건수는 9074건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4.4%나 급증했다. 이는 외환위기로 이혼이 크게 늘었던 1998년 3월(27.3%) 이후 3월 기준 가장 큰 증가율이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해 3월 전국 법원들이 휴정하면서 이혼 건수가 이례적으로 급감한 영향도 있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계속된 ‘황혼이혼’이 특히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신화’가 많이 무너져내렸고, 이에 따라 등장한 다양한 가족 형태들을 자연스레 인정하는 흐름도 생겼기에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혼 남성은 다소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새 연애가 가능한 존재인 반면, 여성은 ‘엄마’로서 양육의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존재로 비춰지는 경향이 짙어 아쉽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더 새로운 돌싱 소재 예능들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인식은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청소, 요리에 서툰 모습 등을 강조해 남성을 여성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비추는 것도 바뀌어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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