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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대통령 선거의 해에 안방극장에 대거 등장한 '군주 드라마'.
올 하반기에 선보일 사극들은 왕이 주인공이거나 이야기의 주된 흐름을 이끌어가는 '군주 드라마'라는 특징이 있다. 묘하게도 올 해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미 벌써부터 여야에서 대권 예비주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상황에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한 시대를 풍미한 조선시대 왕들의 드라마는 의미가 남다르다.
문종부터 연산군까지 6명의 조선 시대 군주가 등장하는 SBS '왕과 나', 정조를 주인공을 한 MBC '이산'은 대선으로 온 나라가 한참 뜨거울 하반기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또 대선 이후 내년 초 방송을 시작할 KBS 1TV '대왕 세종'도 캐스팅 과정에서누가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이라는 세종역을 맡을지를 두고 높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인기 높은 사극의 캐릭터가 등장하면 이를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미지에 맞춰 유리하게 이용하느라 애를 썼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방송돼 평균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1TV '용의 눈물'의 경우 1997년 대선 때 드라마 속 등장 인물과 대권 주자들이 비교되기도 했다. '용의 눈물'에서 조선 건국 초기 왕권을 잡기 위해 형제들과 치열한 암투를 벌였던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에는 당시 대선 상황과 일치되거나 비교되는 모습이 많았다.
◇대선 열기 속에 방영되는 군주 드라마, 새로운 관심거리 제공할듯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김우룡 교수는 "대선에 맞춰 편성한 것이 아니니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권력 쟁취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근 SBS 드라마 국장과 '이산' 연출자인 이병훈 PD 역시 지상파 방송3사에서 나란히 준비한 조선시대 군주 드라마들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준비중인 군주 드라마에 등장할 왕들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시대관으로 절대 권력을 누렸던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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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정조는 조선 후기의 중흥시대를 이끈 임금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에서는 정조를 강력한 군주제를 기반으로 개혁을 주도했던 카리스마 강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왕과 나'에 등장하는 문종부터 연산군까지의 시대는 권력을 사이에 둔 왕족과 세력가들의 암투와 결탁이 반복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많았던 격변기다.
또 '대왕 세종'의 주인공 세종은 한글 창제를 비롯해 문화부흥에 힘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군왕이다.
이들 중 누가 시청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될지, 그에 따라 드라마 속 군왕의 이미지에 부합하려는 대권 주자들의 발빠른 대응도 벌써부터 흥미거리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대해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며 극중 이야기와 현실 정치의 비교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KBS 이성주 드라마 2팀장은 "'대왕 세종'은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남을 만큼 제대로 조명된 일이 없어 연출자인 김성근 PD가 욕심을 갖고 준비해온 작품"이라며 "대선과 관계없이 드라마로만 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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