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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대응은 축구팬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용수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감독의 퇴장을 두고 “심판 성향을 파악해서 전술을 짜는 것도 감독의 능력 아닌가?”라고 말했다. 심판 성향 파악이 경기에서 중요한 요소일 수는 있지만, 성향에 맞춰 감독이 전술을 짜라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축구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모든 걸 심판에 맞추라는 것”이라며 “심판들이 얼마나 권위의식에 절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말을 전해 들은 이 감독은 “충격적”이라면서도 “분석할 게 하나 더 늘었다”며 껄껄 웃었다.
그간 심판위원회의 불통 행보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권위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심판위원회는 소위원회를 통해 입방아에 오른 판정에 대한 정심 여부를 판단하고 설명을 해줬지만, 2022년부터 소위원회 결과를 비공개로 바꾸며 소통 창구를 닫았다. 감독이나 선수가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하면 가차 없이 징계를 내린다.
오죽하면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김학범(65) 감독이 이 감독의 퇴장 사건 이후 “벤치 주변에 물병을 치워둔다”며, 상호 존중과 소통의 아쉬움을 에둘러 얘기했을까. 소통 없는 일방통행은 끊임없이 불신만 키운다. 존중받길 원한다면 뼛속 깊이 새겨진 권위의식부터 내려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