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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욕설→신비주의 탈피…변신한 송혜교, 연휴 극장 구원했다[스타in 포커스]

김보영 기자I 2025.01.28 07:00:00

송혜교 '검은 수녀들', 연휴 극장가 흥행 구원투수
박스오피스·실시간 예매율 연일 정상…연기변신 호평
흡연·욕설→구마하다 손발 경직…강인한 유니아 완성
'유퀴즈'부터 '비밀보장'까지…친근한 소통 행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제 저도 40대 접어들었고, 얼굴로 승부 볼 나이는 지났죠. 그러니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도 이야기해요.”

11년의 공백, 신비주의를 깨고 스크린에 돌아온 송혜교의 변신이 관객들과 공명했다. 송혜교가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로 황금연휴동안 극장의 구원투수로 활약 중이다.

(사진=NEW)
◇흡연·욕설→맨 얼굴 투혼…독보적 캐릭터 완성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드라마다. ‘두근 두근 내 인생’(2014) 이후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그가 ‘더 글로리’ 이후 선택한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영화사집이 ‘검은 사제들’(2015)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스핀오프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기대감은 곧바로 화제성과 흥행 열기로 이어졌다. 지난 27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은 수녀들’은 26일 기준 누적 60만 관객을 넘어서며 3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권상우 주연 코믹 액션 영화 ‘히트맨2’를 제친 성과다. 실시간 예매율도 개봉 9일 전부터 현재까지 전체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사전 예매량도 약 10만명 가까이 유지 중이다.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에서 주인공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송혜교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첫 장르물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 역을 맡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국내 각종 시상식 대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오랜 기간 로맨스물 여주인공 캐릭터로 사랑받으며 미(美)의 아이콘으로 주로 소구돼온 그가 오롯이 연기로만 인정받던 첫 순간이었다.

자연스레 ‘더 글로리’ 이후 그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송혜교는 순간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모험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두 번째 장르물이자 첫 오컬트물인 ‘검은 수녀들’로 또 한 번 새롭고 낯선 얼굴을 꺼내보였다.

‘유니아’ 수녀는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지녔으나, 귀신이 내는 소리는 놓치지 않는 영적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김범신 신부(김윤석 분)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이기도 하다. 유니아는 자신의 타고난 능력과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악령에 씌인 부마자들을 구마의식으로 비공식적으로 살려내는 일들을 해왔다. 구마의 힘을 믿는 세력이 교단 내 소수이며, 그마저도 수녀의 경우 신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구마 행위에 필요한 서품을 받을 권한조차 없다. 비공식 임무에 투입돼 많은 부마자들의 목숨을 살렸지만 유니아가 교단의 인정을 받지 못한 이유다. ‘검은 수녀’란 별명과 조롱 섞인 시선에도 유니아는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맞서야 할 12형상을 품은 부마자가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소년임에도 오로지 악으로부터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거침없이 직진하는 캐릭터다.

송혜교는 집단 내 괴짜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용기를 지닌 ‘유니아’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송혜교는 최근 매체 인터뷰에서 유니아의 매력을 묻자 “용감하고 강인한 주인공 ‘유니아’의 매력에 끌렸다”면서 “실제의 나였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용감한 선택을 하는 여성이어서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를 위해 처음 흡연에 도전하는가 하면, 거친 욕설 대사까지 소화했다. 송혜교는 “몸에 안 좋은 건 하나만 하자는 주의라 술은 마셔도 흡연은 안 해봤다”면서도, “유니아의 첫 등장이 흡연 장면인데 거짓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하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가 될 것 같았다. 촬영 6개월 전부터 담배 피우는 연습을 했다”고 고백했다.

복잡한 라틴어 기도문도 옆에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게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대사 연습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히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큰 구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손발 등 신체에 경직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촬영한 장면 대부분이 노메이크업에, 의상은 수녀복 단벌, 먼지와 화염에 얼룩진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다. 송혜교는 “오히려 편했다. 머리 스타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라며 “준비시간이 하루에 거의 20분밖에 안 걸려서 그 부분이 너무 편했고. 수녀복만 입으면 돼서 너무 좋았다. 또 편하게 있다가도 수녀복을 입는 순간에는 ‘자 이제 나가자’ 변신하는 듯한, 마인드가 장착되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외모는)내려놓은지 좀 됐다. ‘더 글로리’ 때부터 내려놓은 듯하다”라며 “장르물을 하니까 배우들의 얼굴을 비출 때 대주는 반사판도 없더라. 그 덕에 역할도 잘 표현되고, 외모에 대한 강박에서 더욱 자유로워졌다”고도 덧붙였다.

(사진=뉴스1)
(사진=유튜브 ‘비밀보장’)
◇신비주의 깬 소통행보…“용기 생겨”

연기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진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신비주의를 깬 소통행보가 대표적이다. 송혜교는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23년 만에 TV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시작으로 유튜브 ‘걍밍경’, ‘요정재형’,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등에 출연하며 숨겨둔 입담과 소탈한 인간미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강민경과의 협업을 통해 엄정화의 곡 ‘후애’를 커버한 음원 영상을 발매해 깜짝 가창력을 뽐내기도 했다.

송혜교는 관련해 특별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던 것이냐고 묻자 “솔직히 이야기하면 첫번째는 작품 홍보 때문이었다”라고 말문을 열며 “제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했고 개봉 전까지 10년 이란 시간 사이 작품의 홍보 방식도 너무 달라졌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좀 다가가고 싶다. 어린 친구들이 만약 제 작품을 안다면 ‘더 글로리’부터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젊은 친구들에게다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도 하게 된 것이다. ‘유퀴즈’ 출연도 사실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용기가 생겨났다. 그저 편안한 요즘의 내 모습을 대중께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송혜교는 현재 후배 전여빈, 문우진 등 배우들과 극장을 열심히 누비고 있다. 연휴 내내 무대인사로 관객들을 만나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와 팬서비스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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