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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호이레이크 위럴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디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하먼은 5타 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섰으나 5번홀까지 보기만 2개 기록하며 흔들렸다. 2위 그룹과 타수가 3~4타 사이를 오가고 있어 1~2타만 더 잃으면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6번홀(파3)에서 위기를 벗어나는 회심의 버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티샷을 홀 오른쪽 약 5m 지점에 떨어뜨린 하먼은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홀 안으로 떨어뜨려 이날 첫 버디를 만들어 냈다. 환호하는 갤러리들을 향해 오른손을 펴 가볍게 인사한 하먼은 이어진 7번홀(파4)에서 188야드 지점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잘 맞지 않아 홀 7m 지점에 멈췄으나 다시 버디를 낚으며 잃었던 타수를 모두 만회했다.
다시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린 하먼은 이후 13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4번홀(파4)에서 약 1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꽂아 바운스 백에 성공했다. 15번홀(파5)에선 연속 버디를 챙기며 더 달아났다. 이후 남은 3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낸 하먼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쳐 김주형(21)과 존 람(스페인), 젭 스트라카(오스트리아), 제이슨 데이(호주·이상 7언더파 277타) 등 공동 2위 그룹의 추격을 6타 차로 따돌리고 디 오픈 우승트로피 ‘클라렛 저그’를 품에 안았다.
키 170㎝로 체구가 크지 않은 하먼은 300야드 이상 치는 장타자가 즐비한 PGA 투어 무대에서 단타자에 속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56명 선수 중 하먼의 평균 비거리 순위는 12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퍼트만큼은 일가견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퍼트로 이득 본 타수)은 +11.57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나흘 내내 3퍼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그린 위에서 완벽했다. 특히 3m 안쪽의 거리에서는 59번을 시도해 58번 성공했고, 마지막 날에도 고비의 순간에 버디를 잡아내는 클러치 퍼트 능력도 뛰어났다. 대회 기간 총 기록한 퍼트 수는 106개로 라운드 당 26.5개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20년간 디 오픈 우승자가 기록한 최소 퍼트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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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횟수는 적지만 하먼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는 12시즌을 뛰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3시즌 동안은 연속으로 50위 안에 들었다.
PGA 투어에선 통산 234번 컷을 통과했고, 50번의 톱10과 23번의 톱5를 기록하며 통산 2896만7672달러를 벌어 들였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300만달러(약 38억6000만원)을 추가해 통산 상금 3000만달러를 돌파했다.
하먼은 3라운드 경기를 끝낸 뒤 “올해는 12년 연속으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해”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꾸준함을 바탕으로 디 오픈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하먼은 “몇 년 전에 처음 시도했던 거울을 보며 퍼트 연습을 하는 것을 올해 다시 시작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우승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장타를 앞세운 젊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다 보니 내가 우승할 차례가 올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김주형은 공동 2위에 올라 디 오픈 사상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최고 성적은 2007년 최경주의 공동 8위, 다음은 지난해 김시우가 기록한 공동 15위였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건 양용은의 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과 임성재의 2020년 마스터스 공동 2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1라운드를 마친 뒤 숙소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다. 하지만 첫날 3오버파 74타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고 다친 발목으로 2라운드에 나선 김주형은 3타를 줄이면서 컷 통과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어 3라운드에서도 다시 3타를 더 줄이면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고 마지막 날 다시 4타를 더 줄이면서 준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김주형의 이번 디오픈 경기는 메이저 대회에서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보여준 모범답안이다. 코스가 까다롭고 악천후로 변수가 많은 디오픈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년 만에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6위에 올랐고, 임성재(25)는 합계 1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20위, 안병훈(32)은 리키 파울러,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등과 함께 공동 23위(이븐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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