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 배우 박소희 "'파친코', 일 이상의 큰 의미" [인터뷰]①

김가영 기자I 2022.04.30 06:00:05
박소희(사진=애플TV+)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파친코‘의 일원이 된 건 단순한 일 이상의 큰 의미로 제게 다가옵니다.”

배우 박소희(아라이 소지)가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담은 애플TV+ ’파친코‘에 참여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자이니치 3세 배우인 만큼 박소희에게 ’파친코‘는 큰 의미를 지녔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이니치 역할을 맡는 배우 중 유일한 자이니치 배우인데 진정한 자이니치의 모습과 삶을 ’파친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작품 ’파친코‘는 가족, 사랑, 승리, 운명, 그리고 극복까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한국 이민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콘텐츠에서 깊게 다뤄지지 않았던 자이니치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특히 ’파친코‘는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100%를 기록했으며 해외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박소희는 이같은 인기를 실감했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시사회와 레드 카펫을 통해 아시안계 미국인들과 그들이 속한 사회가 보낸 많은 성원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는 10년 정도 거주했는데 처음으로 아시안계 미국인 사회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에 계신 분들이 제 SNS로 따뜻하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셔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너무나도 큰 힘이 된다”며 “유년 시절 알고 지냈지만 연락이 끊긴 자이니치 친구들과도 ‘파친코’ 덕분에 다시 연락이 닿게 됐다. 자이니치 친구들은 저에게 자랑스럽다고 하면서 ‘파친코’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이니치를 알려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주위의 뜨거운 반응도 설명했다.

박소희(사진=애플TV+)
박소희는 ’파친코‘에서 자이니치 2세 모자수 역을 연기했다. 모자수는 선자(윤여정 분)의 아들이자, 솔로몬(진하 분)의 아버지. 박소희는 모자수를 연기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솔로몬‘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자이니치 3세대이기도 했고 솔로몬처럼 한국어·일본어·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미국에서 일을 하며 거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솔로몬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는 박소희는 “그 역을 맡기엔 제가 나이가 많았나보다”며 “솔로몬 배역에서 떨어진 후에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이후 모자수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과정을 거쳐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소희는 모자수 역을 놓고 진행한 오디션에서 2~3분 길이의 짧은 영상을 제출했는데, 여기서 자이니치 1세대인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자수가 영상에서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선자는 저희 할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저는 한국말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한국말을 할 수 있네요. 할머니와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역할을 맡는다면 할머니께서 매우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 그래서 꼭 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소희는 “나중에 ‘파친코’의 두 감독 중 하나인 저스틴 전 감독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이 영상을 본 모든 사람들이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파친코‘가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은 만큼, 박소희의 가족에게도 특별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박소희는 가족들이 언제나 배우 박소희의 가장 큰 팬이라며 “원작 소설도 매우 좋아했고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고 반응을 전했다.

박소희는 배우로서 ’파친코‘에 참여해 모자수라는 한 인물을 연기했지만, 자이니치를 대표해 자이니치의 역사를 알린 것이기도 하다.

박소희는 “가족들에게 제 일은 큰 돈을 벌지 못할 거라고 얘기한다. 아마도 제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그 역할을 할 거라고 얘기한다. 가족 내에서 제 역할은 명예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인 듯하다”며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자이니치 친구들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어떤 친구들은 ‘파친코’를 보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얘기하고 어떤 친구들은 전 세계에 자이니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매우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얘기한다.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자이니치 친구들도 SNS를 통해 다시 연락이 닿았다. 자이니치 친구들이 ‘파친코’를 좋아해 주어 매우 기쁘다. 많은 자이니치 분들이 ‘파친코’에 큰 사랑을 보내주고 계시다”고 이 작품에 참여한 자이니치 배우로서 느끼는 보람을 털어놨다.

박소희(사진=애플TV+)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담긴 작품인 만큼, 박소희는 ’파친코‘ 곳곳에 공감했다. 그는 선자와 모자수가 부산으로 가 선자 아버지 묘를 찾아가는 장면이 가장 공감되는 장면이었다며 “선자가 시청에 찾아가지만, 시청 공무원은 자이니치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모자수는 화가 났다. 이 장면에서 모자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차별을 받고 한국에서도 자이니치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공감됐다는 박소희는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 상대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파친코’를 통해 많은 한국 시청자분들이 자이니치의 존재를 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 시리즈를 통해 자이니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정말 크나큰 영광일 것 같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 시청자분들도 자이니치를 알아가실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다음에 한국에 갔을 때 제 한국 친구들이 ‘소희야! 넌 일본인이야!’라는 말보다는 ‘소희야! 넌 한국인이야. 넌 자이니치야!’라는 얘길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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