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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어워드 본상 후보 지명 불발을 두고 외신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4일 제64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작들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열린 제63회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앞서 포브스, 빌보드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 4대 본상인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의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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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외신들은 그래미 어워드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를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소셜미디어와 음악차트를 모두 석권한 몇몇 주요 싱글이 제외됐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퇴짜를 맞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USA투데이는 “‘버터’는 더없이 행복한 즐거움을 선사했고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 기록을 깬 여름 노래”라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라는 한 부문의 후보 지명만으로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그동안 ‘화이트 그래미’로 불리며 ‘보수성’ 논란에 휘말려왔다. 카녜이 웨스트, 비욘세, 드레이크 등 흑인 아티스트의 음악이 잇달아 수상에 실패하면서 백인이 아닌 인종에게 배타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9년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후보 노미네이트 불발 당시에도 그래미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방탄소년단과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인연을 맺은 팝가수 할시는 불발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전 세계 움직임에서 매우 뒤처져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시대 변화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레코딩 아카데미는 회원의 인종, 성별, 장르 등을 다양화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비밀 위원회를 폐지하고 1만1000여 회원이 투표해 후보를 지명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진 못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전례를 살펴봐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은 해에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그래미는 음악성과 더불어 산업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후보 지명 및 수상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적으로는 분명 성공했지만 미국 음악계에선 아직까지 방탄소년단을 그들의 일원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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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지명된 방탄소년단은 다시 한번 그래미 수상에 도전한다. 수상에 성공하면 방탄소년단은 한국 대중가수로서는 첫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미국 3대 시상식에서 모두 수상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경쟁 상대는 만만찮다.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 콜드플레이, 도자 캣·SZA를 넘어야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다.
김 평론가는 “‘버터’가 올여름 가장 히트했고, 2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만큼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마저도 수상이 불발되면 그래미는 굉장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한국인은 또 있다. 이스케이프 드림(본명 최진열)이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Best Remixed Recording)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DJ 제드(Zedd)의 곡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리믹스에 참여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팬 투표로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나 빌보드 데이터에 기반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달리 가수·프로듀서·녹음 엔지니어·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정한다. 제64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현지시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