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전 115기' 김수지, 이소미·박현경·박민지 제치고 5년 무관 탈출

주영로 기자I 2021.09.06 00:00:00

"이전 대회선 안전하게 치려다 역전당해"
"'실수하더라도 공격적 경기' 각오 통한 듯"
"지난해 시드전에 갔다온 게 약 된 것 같아"

5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김수지가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하자 동료들이 물과 꽃잎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14전 115기.

김수지(25)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2600만원)에서 5년 무관의 한을 풀었다.

5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마지막 날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침착하게 파 퍼트를 넣은 김수지는 이날만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프로 데뷔 5년, 115경기 만에 찾아온 첫 우승이다. 이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둔 건 2012년 이예정을 시작으로 2017년 김지현, 2018년 정슬기, 2019년 박서진에 이어 김수지가 5번째다.

2017년 데뷔해 5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김수지는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미끄러지더라도 공격적으로 치면서 우승을 노리겠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김수지는 지난 6월 한 차례 뼈아픈 경험을 했다.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우승의 기회 앞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수지는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친 뒤 “6월 우승 경쟁 때는 너무 안전하게 치려다 역전을 허용했다”고 떠올리며 “내일은 공격적으로 쳐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종 3라운드의 출발은 불안했다. 1번홀(파4)에서 3퍼트를 하며 보기를 적어내 단독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선두가 됐다.

우승이 없는 선수는 마지막 날 긴장과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김수지를 추격하는 후보군엔 쟁쟁한 강자가 즐비했다. 올해 2승을 거둔 이소미(22)와 장하나(29), 박현경(21) 그리고 시즌 7승 사냥을 노리는 박민지(23)가 호시탐탐 역전을 노렸다.

단독 선두에서 내려와 불안하게 출발한 김수지는 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1위에 이름을 올린 건 김수지가 유일했다. 4번홀(파4) 연속 버디에 이어 7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차 선두가 됐다.

여유가 생겼지만, 후반 들어서도 핀을 직접 노리는 과감한 경기 운영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10번홀(파4)에서 4번째 버디를 잡아내며 3타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경기 후반 이소미의 추격이 거셌다. 13번부터 15번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로 1타 차 맹추격했다. 우승 경험이 없는 김수지로선 부담이 될 순간이었지만, 16번홀(파3)에서 쐐기를 박는 버디로 이소미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이후 남은 2개 홀을 모두 파로 막은 김수지는 이소미에게 2타 앞서 우승을 지켜냈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수지는 2라운드에 이어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켜내며 생애 첫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김수지는 노력형 선수다. 주니어 시절 상비군이나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그는 조용히 한 계단씩 성장했다.

2017년 데뷔한 그는 장은수, 박민지에 이어 신인상 부문 3위에 올랐다. 상금랭킹 20위 안에 든 적은 없지만, 3년 동안은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시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상금랭킹 84위로 떨어져 시드전을 치른 끝에 투어에 복귀했다.

2018년 동부건설이 골프단을 창단하면서 김수지를 선발한 것도 그의 꾸준함과 노력을 인정해서다. 김수지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박충일 WPS 대표는 “누구보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선수”라며 “동기들과 비교해 크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수지는 이 대회와 남다른 인연도 이어갔다. 우승하기 전 114개 대회에 참가해 15번 톱10에 들었던 김수지는 2017년 처음 참가해 공동 19위를 시작으로 2018년 10위, 2019년 6위 등 두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세 번째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김수지는 “작년 시드전에 갔다온 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그게 약이 됐던 것 같다”면서 “시드전에 너무 가기 싫었지만 시드전을 치르고 난 뒤 생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생각하고 고집하던 골프를 버리고, 스윙이나 골프에 대한 생각과 골프에 대한 태도, 시합에 나가는 자세 등 모든 걸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마지막 날 잘 못 치고 주춤했던 모습이 많았던 탓에 뒷심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 우승으로 그런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고 우승을 했으니까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더 많은 우승을 기대했다.

우승재킷을 입은 김수지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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