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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리는 정규시즌 2위 팀 kt wiz와 정규시즌 3위 팀 두산베어스가 맞붙는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대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반된 두 팀의 대결이라 더욱 흥미롭다.
일단 큰 경기 경험에서 극과 극이다. kt는 2015년 1군 무대에 처음 뛰어든 프로야구 막내구단이다. 줄곧 하위권에 머물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두산은 가을야구의 ‘고인물’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한국시리즈에 13번이나 진출했고 그 가운데 6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두산은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168경기나 치렀다. 삼성(177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통산 성적은 91승 76패 승률 .541다. 반면 kt는 당연하게도 포스트시즌 성적이 없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사적인 첫 가을야구 경기를 치른다.
단순히 전력만 놓고 보면 kt가 두산이 뒤질 게 없다. kt는 정규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9승 7패로 우위였다. 게다가 kt는 지난달 30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준PO 2경기를 치른 두산보다 체력 면에서 앞서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는 두산의 우위를 점친다. 가을야구의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를 돌아보면 포스트시즌에 처음 진출한 팀이 고전하곤 했다.
2013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해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간 넥센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는 준PO에서 두산에 2승 3패로 패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NC다이노스도 2014년 정규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PO에서 4위 LG에게 1승 3패로 패해 탈락했다. 넥센이나 NC 모두 3위로 유리한 입장에서 시리즈를 치렀지만 경험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포스트시즌 50경기 이상 치른 선수만 5명이나 된다. 통산 가을야구만 87경기에 출전한 오재원은 경험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줬다. 정규시즌에선 타율 .232에 그쳤지만 준PO 두 경기에서 타율 .500(8타수 4안타)에 4타점을 기록,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순철 SBS 야구해설위원은 “kt는 소형준 같은 어린 선수들이 큰 경기에 나갔을 때 심리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얼마나 평상시와 같은 자세로 경기를 치르느냐가 큰 변수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은 준PO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 면에서도 유리하다”며 “큰 경기 경험이나 수비력 등을 봤을 때 두산이 6대4 정도로 우위에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kt는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믿는다. 1차전 선발로 외국인 에이스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 대신 고졸 신인 소형준(19)을 내세웠다.
소형준이 큰 경기 경험은 없지만 올 시즌 두산 상대로 6번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51로 잘 던진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데스파이네는 두산전에 4차례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7.07로 부진했다.
고졸 신인이 처음 치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1992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염종석(롯데)과 2005년 플레이오프 3차전 김명제(두산) 등 단 두 명뿐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이 두산에 제일 강했다”며 “데이터 등을 따져보면 형준이가 두산을 상대로 3점 이상을 준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형준이가 마지막 경기에서도 잘 던졌고, 선발로 등판해서 ‘게임을 만들어줬다’”며 “안정적인 면에서 소형준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크리스 플렉센(26)이 준PO에 이어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플렉센은 LG와의 준PO 1차전에서 최고 155㎞의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 체인지업을 앞세워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빼앗으며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플렉센은 정규시즌에서도 kt를 상대로 강했다.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이닝 2실점(1자책점)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10이닝 동안 탈삼진 15개를 잡았고 피안타율은 .171에 불과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플렉센의 상태가 괜찮다”며 “시즌 중반에 부상으로 쉬기도 해서 많은 공을 던진 것도 아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