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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프로농구(WKBL)의 새로운 퀸으로 떠오른 박지수(청주 KB스타즈)는 자신에게 전달된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의 메시지를 이 같이 설명했다. 박지수는 열성적인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다. 소속팀을 창단 첫 챔프전 우승과 통합우승으로 이끌고 가진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이 나의 힘”이라고 말했다. 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5전 3선승제인 챔피언 결정전의 3-0 스윕에 힘썼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박지수에게 미친 힘이 어떠했는지를 엿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 나를 사랑하니 삶이 바뀌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7년 9월 러브 유어셀프 승(承) ‘허’(Her)를 시작으로 1년 6개월간 이어온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러브 유어셀프’는 방콕에서 열린 월드투어 공연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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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이번 활동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 및 앨범 2장 연속 1위에 올랐다. UN에서 연설을 하고 빌보드뮤직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2회 연속 수상 및 아메리칸뮤직어워드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상 수상, 그래미어워드 시상자 참석 등의 성과도 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스타로 입지를 다지는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미인 회사원 권형민(가명·38) 씨는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최고 수준의 뮤지션으로 인정받게 됐고 향후 대규모 스타디움 콘서트를 통해 수많은 아미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가능했던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러브 유어셀프’의 메시지가 지닌 힘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전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했다. 마음에 상처를 갖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을 동반한 이 메시지에 새로운 삶을 찾았다.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심수지(가명·23) 씨는 “고교 졸업 직전 취업해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업무도 힘들었고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직장에서는 손이 떨리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현상까지 겪었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덜어졌는데 극단적인 생각도 하던 시절 우연히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처음 접한 노래는 ‘봄날’이었다. ‘보고싶다’는 구절의 반복에 위로를 받고 하루 종일 펑펑 울면서 방탄소년단에 빠져들였다. 이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밝아졌고 처음 본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 나눌 정도로 친화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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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 신디(20)는 리패키지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결(結) ‘앤서’(Answer) 수록곡 ‘에피파니’(Epiphany)의 한 구절을 불렀다.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이라는 부분이었다. 신디는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없는 아이였고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 외톨이에 늘 ‘난 부족한 사람’이라는 자책을 해왔는데 ‘에피파니’의 가사는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며 “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사랑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신디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에서 힐링을 얻고 가사에서 위로를 받았다. 방탄소년단을 알게 되면서 친구도 늘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슴없이 어울리고 동질감을 얻었다.
‘러브 유어셀프’로 자신의 마음을 치유받고 이를 통해 얻은 긍정 에너지를 다시 사회에 전파하는 사례도 있다. 2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방탄이모단 카페는 자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방탄이모단 임원으로 수원에 거주하는 박윤숙(51)씨는 만 18세가 넘어 보육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들의 집을 함께 알아봐주고 첫 이사를 도와주는 등 지원을 하는 봉사활동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1인당 20만원 선에서 생필품 지원도 한다.
박씨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나 자신을 한번 사랑해보자’는 생각으로 방탄이모단 활동을 비롯해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산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30년 넘게 은행원 생활을 하며 늘 밝게 웃으며 친절을 다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다보니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 것 같았고 우울증이 찾아왔는데 당시 알게 된 게 방탄소년단이었다.
박씨는 “‘아이돌’ ‘팬클럽’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방탄소년단이 다가온 것은 큰 선물이자 행운”이라며 “내 나이 또래에서 내 삶을 이해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는 자신을 사랑하며 늘 웃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이에 병도 없고 우울증도 없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며 “방탄소년단을 만나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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