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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주인공이 19금 캐릭터로 역변"…AI 기술 vs IP 저작권 보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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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I 2026.05.08 15:57:31

AI 기반 캐릭터 챗봇 '제타'에 국내 웹툰업계 공동대응
카카오엔터·리디 등 웹툰 6개사 "남의 IP로 유료 장사"
제타 "신고하면 즉시 삭제"…고소 6건 중 2건 '각하'
"IP 보호 위해 플랫폼의 능동적 모니터링 책임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챗봇 시장의 선두 주자인 ‘제타(Zeta)’를 둘러싼 웹툰 저작권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웹툰 6개사는 제타가 창작자의 피땀 어린 결과물을 무단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고소에 나섰고,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법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팬심을 파고든 AI 기술이 저작권의 울타리를 허물어 대가 없는 기술 공유가 생태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기술 진보와 권익 보호라는 두 가치가 정면충돌하며 업계에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남의 IP로 유료 장사” vs “신고하면 즉시 삭제”

8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레진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 투믹스, 탑코미디어 등 6개 웹툰 플랫폼사는 제타 개발사인 스캐터랩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고소했다.

제타는 스캐터랩이 2024년 4월 출시한 서비스로,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AI 캐릭터를 생성해 대화를 나누는 채팅 플랫폼이다. 특히 Z세대(1020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달 누적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했다. 제타 앱의 국내 월간 총 사용 시간은 지난 2월 와이즈앱리테일 기준 약 1억1341만시간으로, 챗GPT(5047만 시간)의 2배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타 내에서 아이돌 주제의 현대판타지물 웹툰이 19금의 BL 장르로 변질돼 AI 챗봇으로 서비스 중이다.(사진=제타 갈무리)
이번 고소에 참여한 웹툰 6개사는 스캐터랩 측이 원작의 서사와 인물을 무단 탈취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창작자 권리 보호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제타의 수익 구조다. 제타는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를 표방하지만, 유료 구독 서비스(제타패스)와 내부 재화(피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웹툰 6개사는 이용자들이 제타 내에서 원작의 등장인물명, 줄거리, 대사 등을 설정해 캐릭터와 대화하는 경험을 유료 모델과 연결한 점을 핵심 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또 유료 재화인 피스를 사용해 AI 채팅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를 생성·다운로드할 수 있는 ‘스냅샷’ 기능 역시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고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침범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원작자 의도와 달리 성인물 캐릭터로 소비…저작인격권 침해 논란

창작자들이 특히 분노하는 지점은 ‘저작인격권’ 훼손이다. 원작자의 의도와 달리 캐릭터가 성인물 소재로 소비되거나 자해·자살 등 부적절한 대사를 생성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타 내에서는 전 연령층이 즐기는 현대 판타지 웹툰이 BL(Boys Love·남성 간의 사랑) 장르로 변형되거나 성인용 콘텐츠로 소비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웹툰 작가들은 “평생 일궈온 창작물의 가치가 처참히 훼손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사실 AI 기술만 떼어놓고 보면 불법유통과 다를 게 없다”며 “각 사 작품의 캐릭터, 설정, 서사 등이 사전 협의 없이 사용되거나 원작자의 의도와 무관한 방식으로 변형·재구성되어 부적절한 대사 생성 등으로 이어지는 등 창작물의 가치가 훼손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타 내에서 인기 웹툰 제목을 검색해보니 총 39개의 AI 캐릭터 챗봇이 뜨며, 발화량도 상당한 모습이다.(사진=제타 갈무리)
반면 개발사인 스캐터랩 측은 저작권법 제102조를 근거로 “플랫폼은 사전에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스캐터랩 측 변호인은 “신고 후 삭제(Notice & Take Down) 의무를 성실히 이행 중”이라며, “전용 창구를 통해 신고 접수 시 1~3시간 이내에 즉시 삭제 조치를 취하고 하루 평균 900건 이상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타 내 600만개 이상의 AI 캐릭터와 월 40억건의 대화를 전수 검사하는 것은 기술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업체 측의 키워드 제공 등 협조가 선행돼야 침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캐터랩은 이미 리디, 키다리스튜디오의 고소 건에 대해 경찰로부터 ‘혐의없음’에 따른 각하(불송치) 결정을 받아 법리적 정당성을 확보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웹툰업계 관계자는 “제타는 현재 무단 사용 신고 접수된 캐릭터에 대해 최소한의 삭제 조치만 취할 뿐 근본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웹툰 제목과 캐릭터명을 검색 키워드로 노출시켜 사용자 유입에 활용하는 등 타사 IP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 유사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에 작품과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6개 웹툰사들이 함께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독자 노선’…엔터업계도 IP 예의주시

업계 1위인 네이버웹툰이 이번 법적 공동 대응에서 빠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 차원에서 창작자 IP 침해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제타 측에 보내는 등 조치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네이버웹툰은 이미 AI 기술을 자사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내재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모회사인 네이버(NAVER(035420))가 AI 개발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 무단 학습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 대외적 상황도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웹툰 AI 기반 '캐릭터챗' 서비스의 다양한 대화 예시(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 개발한 AI 기반 ‘캐릭터챗’을 정식 서비스 중이다. 2024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누적 접속자 600만명, 누적 메시지 2억3000만건을 돌파한 캐릭터챗은 일본에서도 출시 두 달 만에 메시지 500만건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일본어 서비스의 첫 캐릭터인 ‘테르데오’ 챗봇 출시 후 해당 원작 독자가 3배, 매출이 6배 증가하는 등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증명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캐릭터챗은 창작자 동의를 얻은 후 개발되었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이라며 “원작 유입 효과와 작품 결제 증가 등 창작자·이용자·플랫폼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저작권 논란은 웹툰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IP 관리가 핵심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이브(352820)(HYBE)는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아티스트 IP를 무단 도용해 AI 캐릭터를 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공문을 2024년 제타 측에 보냈으며, 이에 따른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저작권 위반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의나 경고 등 이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방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단순히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만 조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며 “플랫폼 역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IP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경고하고, 필요하다면 차단 조치를 취하는 등 IP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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