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은 크지 않지만 리뷰를 쓰고 사진을 고르는 일은 번거롭다. 이 작업까지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맡기는 사례가 등장했다. 이용자가 요청하면 AI가 네이버에 접속해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식이다. 상품을 검색하거나 답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인트를 받기 위해 이용자가 직접 해야 했던 일까지 대신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상품 검색과 주문, 구매 후기 작성은 물론 식당 예약과 KTX 예매, 전화까지 AI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기존 플랫폼의 사업모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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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은 한국인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자체 클라우드 브라우저를 통해 외부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이용자가 연결한 계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네이버와 카카오톡, 정부24 등 국내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쇼핑 상품 검색과 주문·결제, 식당과 병원 예약, KTX 승차권 예매 등을 지원한다. 매진된 열차의 취소표를 확인해 알림을 보내고 이용자 요청에 따라 예매하는 기능도 있다. 통신사 요금제 변경이나 환불 요청처럼 고객센터를 통해 처리하던 업무도 대신할 수 있다. 쿠팡과 다이소몰 등 쇼핑 서비스에서도 상품 검색과 주문을 지원한다.
지난 10월 1일 서비스가 시작된 뒤 IT 업계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클은 식당 예약이나 주문 등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AI 에이전트의 전화에 놀란 자영업자들도 있다는 후기가 나올 만큼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AI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도 피클을 직접 사용한 경험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김 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협찬이나 별도로 받은 것 없이 직접 써보고 놀라워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피클 사용을 권했다.
그는 “연결도 쉽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일을 시키고 있는데 정말 잘한다”며 “한국인 입장에서는 뮤즈보다 사용성 측면에서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실제 업무를 맡겨보고 있다면서도 “보안에 문제가 생기는 일만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이 비교한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는 한국에 공식 출시되지 않았다. 국내 플랫폼 연동과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피클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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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디지털 플랫폼은 검색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다. 이용자는 검색 결과를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거래했다.
실행형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과정이 달라진다.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면 AI가 검색하고 후보를 추린 뒤 예약이나 구매 등 후속 절차까지 수행한다.
김 본부장은 ‘금요일 저녁 4명이 조용히 식사할 장소를 예약해 달라’는 사례를 들었다. 에이전트는 먼저 요청자를 인증하고 인원과 시간, 장소, 선호 조건을 파악한다. 이어 식당을 검색하고 후보를 추린 뒤 이용자에게 예약 여부를 확인한다. 승인을 받으면 예약을 완료하고 일정 등록과 알림까지 처리한다.
김 본부장은 “에이전트는 나를 대신해서 일을 해주는 존재”라며 “검색도 대신해주고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실제 업무까지 대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기존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용자가 네이버나 다른 플랫폼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 AI 에이전트에 일을 맡기면 고객 접점과 거래 과정의 주도권이 에이전트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 구매 후기를 대신 작성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뷰는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는 동시에 플랫폼에 상품 관련 콘텐츠를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리뷰를 작성하면 플랫폼은 고객 접점뿐 아니라 리뷰의 작성 주체와 품질, 포인트 적립 기준까지 관리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피클이 네이버쇼핑에서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외부 에이전트의 접근을 허용할지 차단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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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형 에이전트가 확산하려면 서비스 사업자들이 외부 AI에 기능을 개방해야 한다.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나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등을 통해 에이전트가 예약·구매 등 서비스 기능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식 API가 없는 서비스에서는 브라우저를 통해 사람이 하던 방식으로 화면을 조작하는 컴퓨터 사용 기술도 활용된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응은 엇갈린다. 외부 에이전트가 고객 접점을 가져가면 기존 플랫폼의 고객 관계와 거래 주도권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에 서비스를 개방하는 데 필요한 개발 비용과 책임 문제도 부담이다.
김 본부장은 코레일이 일부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접근을 차단한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은 메타의 에이전트가 구매하는 것을 차단한 반면 쇼피파이는 에이전트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사업자별 대응이 다르다.
보안과 권한 관리도 과제다. 에이전트가 주식 거래나 결제처럼 금전적 책임이 따르는 업무까지 수행하면 이용자 인증과 사전 승인, 실행 기록 관리가 중요해진다. 에이전트에 부여한 권한이 오남용되거나 인증 정보가 유출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클은 비밀번호와 카드 정보 등을 암호화해 관리하고, 결제나 예약처럼 중요한 작업은 실행 내용과 비용을 이용자에게 보여준 뒤 승인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서비스 사업자가 공개한 보안 정책으로, 독립적인 보안 검증을 거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본부장은 에이전트의 실행 과정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과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서비스와 모델 사이의 안전한 운영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중요한 것은 보안과 신뢰”라며 “서비스 사업자와 파트너들이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