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존 중복상장까지 풀어야 K디스카운트 해소…日 사례 참고해야"[만났습니다②]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권오석 기자I 2026.04.30 17:27:02

나현승 한국증권학회장 인터뷰
중복 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인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작성하는 일본 사례 참고해야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부정적 영향 더 클 것

[대담 이승현 증권시장부장·정리 권오석 기자] “모회사 지분가치를 훼손하고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중복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입니다.”

나현승(사진) 한국증권학회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복 상장 규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고려대 교수인 나현승 한국증권학회장이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3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하고 공시 규정 등을 개정한 가운데, 그 다음으로 기업들의 중복 상장을 겨냥하고 있다.

나 학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심화시킨다. 소유·지배 간 괴리도를 높여 이해상충을 극대화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기존 중복 상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 학회장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 연성 규범(soft law)의 형태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각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지배구조를 개선해 갈 것인지 계획을 공시하도록 해 시장이 지켜보게 하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문제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인 문서를 통해 기업이 약속하게 만들고, 주주들이 들여다보게 하면서 결국은 천천히 구조를 정리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나 학회장은 지난 2월 열린 50차 학회 정기총회에서 43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고려대 경영대 재무금융 전공 교수인 나 학회장은 기업재무·기업지배구조·인수합병 등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나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당국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상법 개정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령 내부거래 정보 공시의 확대 및 구체화가 필요하다.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제도 개선에 따른 일반주주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이 구체화돼야 한다.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반주주 권익 침해가 여전하다면 시장이 다시 침체할 우려도 있다.

-중복 상장이 왜 문제인가.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심화시킨다. 소유·지배 간 괴리도를 높여 이해상충을 극대화한다. 모회사 지분가치를 저평가하고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중복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당국의 규제 방향인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에 동의한다.

-해외에는 중복 상장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영미권에서는 규제를 하지 않는 반면에 사후 소송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해상충 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하게 처벌을 하고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두려워해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간 중복 상장을 너무 쉽게 선택해 온 것은 아닌가.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가족기업 집단이 존재하고,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그 인센티브도 매우 강한 나라가 드물다. 해외는 이런 단계를 이미 어느 정도 지나온 반면 우리는 이제야 그 과정을 겪는 중이다.

-기존 중복 상장 건은 어떻게 해결하나.

△일본은 연성 규범(soft law)의 형태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각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지배구조를 개선해 갈 것인지 계획을 공시하도록 해 시장이 지켜보게 하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문제를 해소했다. 우리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중복 상장에 대한 소급 적용도 가능할까.

△강제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신규 중복 상장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규제하되 기존 중복 상장은 점진적인 해소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본인들의 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마냥 시장에 맡겨두기만 해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은 ‘단기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주가 상승만 원할 뿐 기업의 연속성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론도 제기하는데.

△그런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것도 결국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본다. 기업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는 시장이라면, 장기적으로 투자해 기업 가치가 올라간 만큼 주가도 상승해 자연스럽게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현 구조에서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우려 등으로 인해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기업들이 무리한 일을 벌이는 건 결국 상속 때문이다. 상속세를 손봐야 하지 않나.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기상 이르다.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만으로 상속세를 건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상속세는 특정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적용되는 제도다. 따라서 전반적인 세제 구조 속에서 고민한 뒤 접근해야 한다.

-기업들은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같은 방어책을 요구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국내 지배주주는 계열사 지분이나 비영리법인 지분 등을 통해 실제 경제적 지분보다 훨씬 큰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추가적인 방어 장치를 허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다시 부활해야 할까.

△해외에서는 장기 보유 시 양도세를 감면해준다. 조심스러운 이슈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이 맞다. 그 방향으로 가되 장기 보유에 대해 세제상 혜택을 줘 정책적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다.

-1·2부 승강제를 도입하는 코스닥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코스닥 시장의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성과가 부실하고 영세한 기업들, 소위 동전주 기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보비대칭도 높다. 이에 투자자들이 신뢰가 부족하다. 승강제는 참신한 발상이다. 정보비대칭을 감소시키고 부실기업을 자연스럽게 퇴출해 시장 신뢰도 회복을 기대한다. 다만 상장폐지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

-올해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

△가장 불확실한 변수는 중동전쟁의 양상이다. 금리와 환율 모두 전쟁에 영향을 단기적으로 크게 받으므로 전쟁이 단기간에 종식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기업 실적은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당분간 좋을 것으로 보이나 산업 간 편차는 클 듯하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실적이 근본 요인이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관련 관찰국 등재 등 올해 편입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관찰대상국 등재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역외 외환시장 부재 해결을 위한 영업시간 연장, 외국인 접근성 개선, 공매도 재개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지수 편입 시 자금유입 규모가 증가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글로벌 연기금들은 대체로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학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재무금융 대표 학회로, 시작부터 금융기관들이 기금을 출연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도 정책심포지엄, 증권사랑방, 산학협력연구회 세미나 등으로 지속적인 산학협력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자본시장 현실을 반영한 실증연구, 시장과의 지속적 교류와 협력, 정부 정책제안 등을 통해 시장과의 상호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 갈 것이다. 11월쯤 50주년 특별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향후 발전 방안 등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며, 기념 책자도 함께 발간할 계획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