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구축 아파트에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50만원을 내며 거주 중인 30대 후반 A씨는 올해 들어 재개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재개발 전문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를 찾아다니며 권리산정 기준일과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절차를 익히고 있다. 현재 A씨가 대출 없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약 2억원 초반 수준. 그는 이 돈으로 노원구 상계동 일대 재개발 초기 단계의 노후 빌라를 매입을 계획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대출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재개발 초기 단계의 빌라가 청년층의 ‘마지막 내 집 마련 사다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투자의 경우 큰 손실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할 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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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비업계 및 부동산 컨설팅업체 도시와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는 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 집중됐다. 서울 송파구가 3271건으로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한 가운데 은평·광진·강서·동작·양천구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에서도 2000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최근에는 민간도심복합개발까지 추진되는 노후 저층주거지”라며 “이는 단순히 빌라 거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미래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재개발 투자의 경우 리스크를 감안해 현금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장기 보유를 전제로 미래 가치에 투자하려는 2030세대가 크게 늘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최근 재개발 추진위원회에도 젊은 세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전체 임원 15명 가운데 5명이 20~30대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만해도 추진위원이나 조합 임원들 중 30대 이하 연령대는 거의 없었고, 관심들도 없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투자 문의를 하는 청년도 부쩍 늘었지만, 직접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나서서 임원을 맡겠다는 청년들이 많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업계와 전문가들은 최근 2030세대의 재개발 시장 유입의 배경으로 장벽이 높아진 아파트 매매시장을 꼽는다.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4억원을 웃도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한도를 모두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서울 평균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10억원 안팎의 자기자본이 필요해 청년층이 일반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서울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를 통한 자산 축적도 어려워지면서 청년층의 대안은 더욱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3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면서도 서울 핵심 입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재개발 초기 빌라가 청년층의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 투자 길 넓어졌지만…“기대감만으론 부족”
실제 재개발 기대감은 빌라 매매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이 추진 중인 용두3구역 로얄팰리스 3.3㎡당 대지지분 가격이 2020년 4700만원에서 올해 5월 기준 1억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올해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역시 6월 기준 3.3㎡당 대지지분 가격이 1억8000만원으로 1년 전 대비 6000만원 올랐다.
다만 4억원으로 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매물의 경우 사업성이 높거나 우수한 입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단순 기대감으로 재개발 투자를 시도할 경우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며 돈이 묶이는 등 실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가 뛰어나 사업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사업이 좌초될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자양2동 681번지 일대 모아타운의 경우 재개발 기대감에 빌라에 프리미엄이 붙으며 20억~3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주민 반대와 기존 동의자의 철회로 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전영진 도시미래종합기술공사 본부장은 “재개발 지역이 아님에도 기대감에 집을 사거나 권리산정 기준일 등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투자하는 경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정비사업의 기본 구조와 권리관계를 먼저 공부하고 발품을 팔든 손품을 팔 든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2030들이 기사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데 정비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단순한 파편적 정보로 재개발에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본부장은 “기사는 제한된 지면에 정책의 큰 방향을 압축해 전달하다 보니 투자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자세하지만 특정 지역이나 상품의 거래를 유도하려는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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