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르세라핌 등 잇따라 리메이크·샘플링
"복제형 리메이크 반복 땐 피로감 커질 수도"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최근 K팝 아이돌 시장에서 리메이크와 샘플링을 활용한 신곡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중소 기획사뿐 아니라 대형 기획사까지 검증된 가요 히트곡과 클래식, 팝 명곡 등을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과열될 경우 K팝의 창작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시선도 나온다.
 | | 리센느(사진=더뮤즈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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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파씨(사진=DSP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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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가요계에 따르면 유행어 ‘거제 야호’를 앞세워 인기몰이 중인 리센느는 내달 8일 카라의 히트곡 ‘프리티 걸’(Pretty Girl)로 컴백 활동에 나선다. ‘힙합 걸그룹’ 영파씨도 내달 중 발매하는 믹스테이프 ‘영 테이프’(YOUNG TAPE)에 카라의 또 다른 대표곡 ‘미스터’를 샘플링한 곡을 수록한다. 비슷한 시기 컴백하는 두 팀이 같은 그룹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곡을 내놓는 이례적인 사례가 나왔다.
이들에 앞서 앳하트는 지난 25일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OST로 쓰인 스웨덴 밴드 더 카디건스의 ‘러브풀’(Lovefool)을 샘플링한 신곡 ‘세이 잇’(Say It)으로 컴백했다. ‘세이 잇’은 1996년 발매된 히트곡들을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인 ‘타임 트래블 프로젝트’의 첫 발표곡이다. 이들은 다음 발표곡으로 룰라의 히트곡 ‘3!4!’ 리메이크곡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렸다.
이밖에 르세라핌은 지난달 발매한 정규 2집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를 세계적인 히트곡 ‘마카레나’ 샘플링곡으로 만들었고, 미야오는 이달 초 내놓은 2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띠로리’(DDI RO RI) 제작에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샘플링을 활용했다.
익숙한 노래의 힘…우려도 공존 리메이크와 샘플링은 가요계에서 꾸준히 활용돼 온 기법이다. 다만 최근처럼 여러 아이돌 그룹이 비슷한 시기 이를 앞다퉈 컴백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검증된 음악 지식재산권(IP)이 가진 친숙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멜로디를 활용하면 신곡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고, 핵심 홍보 창구가 된 숏폼 플랫폼에서 빠르게 호응을 얻기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 | 앳하트(사진=타이탄콘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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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르세라핌(사진=쏘스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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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야오(사진=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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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국내 히트 작곡가들이 K팝 제작을 주도하며 새로운 히트곡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반면 K팝이 글로벌 장르로 성장한 지금은 해외 작곡진과의 협업을 통해 곡을 수급하는 제작 방식이 보편화됐다. 이러한 변화 과정 속에서 ‘히트곡 메이커’들의 뒤를 이을 국내 신진 작곡가들의 존재감이 예전만큼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검증된 음악 IP 활용이 늘어난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곡을 찾아야 하는 만큼, 실패 부담이 적은 과거 히트곡 IP를 활용하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리메이크와 샘플링 활용이 과열 수준으로 반복될 경우 새로운 히트곡 발굴과 음악적 시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발라드 시장에서도 과거 히트곡 리메이크가 잇따라 대중의 피로감을 키운 사례가 있었던 만큼, 아이돌 음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로지 셈법에 따른 복제형 리메이크는 식상함과 피로감만 안길 수 있다. 결국 시장이 판단하겠지만, 복제에 가까운 작업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는 것은 분명 씁쓸한 단면”이라며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현시대의 정서와 창작자만의 해석이 더해져야 비로소 의미 있는 작업으로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