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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10 '눈앞', 고임금 일자리 '골찌'…'외화내빈' 한국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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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6.10.15 2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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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2025TTDI' 110개국 중 12위 차지
고용효과 세계 5위에도 저임금 편중
식당 숙박업 노동생산성 69위 그쳐
관광산업 집중 투자 효과 반감시켜
경직적 제도, 노동환경이 관광 발목
정부정책 미비, 숙박시설 부족도 문제
인프라 투자 넘어 서비스 개선 과제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한국 관광산업이 막대한 자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정작 ‘알짜 수익’은 내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을 맞이할 국가 체급은 글로벌 상위권 수준이지만,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역량은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25 관광발전지수(TTDI)’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10개국 중 12위(4.90점)를 기록했다. 10위 이탈리아(4.92점)와 불과 0.02점 차로, 아시아에서는 일본(1위), 중국(8위)에 이어 세 번째다.

겉으로 드러난 종합 순위는 최상위권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성대하게 밥상을 차려놓은 규모에 비해 정작 현장이 쥐는 ‘실속’은 턱없이 부족한 구조적 불균형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경복궁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경복궁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인프라는 ‘최고’, 현장 수익·일자리는 ‘바닥’

실제로 한국을 받쳐주는 기본 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환경은 세계 1위, 도로와 항만 등 교통망은 9위를 차지했다. 출장·비즈니스 여건(9위)과 문화자원(10위) 등 전체 102개 평가 항목 중 27개가 세계 10위 안에 들었다. 계절에 따라 외국인 손님이 쏠리던 현상도 개선돼 계절성 지표가 2023년 33위에서 2025년 4위로 급상승했다.

자금 투입 여건도 넉넉했다. 관광업 종사자 1인당 시설·장비 투입 규모를 뜻하는 ‘관광 자본투자 집약도’는 5.57점으로 상위 10개국 평균(4.47점)을 크게 넘어섰다. 관광업이 주변 상권이나 관련 산업으로 일자리를 파급시키는 효과(관광 고용 승수) 역시 세계 5위로 평가받았다.

반면 관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일자리의 질은 참담한 수준이다. 식당·숙박업 취업자 1명이 올리는 부가가치(노동생산성)는 2.42점에 그치며 69위에 머물렀다. 상위 10개국 평균(5.22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자리 파급효과는 5위였지만 관광산업 내 ‘고임금 일자리 비중’은 109위로 사실상 최하위였다. 채용·해고 관행(88위)과 노동자 권리(75위) 등 일하는 환경 전반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WEF 2025 한국 관광발전지수 주요지표(인프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WEF 2025 한국 관광발전지수 주요지표(인프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관광 매력보다 ‘약한 기초체력’이 발목 잡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이번 결과를 재분석한 내용에서도 이러한 불균형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구원이 전체 102개 항목을 관광 정책과 직접 관련된 ‘관광지표(45개)’와 노동·환경 등 국가 전반의 여건인 ‘일반지표(57개)’로 나눠봤더니, 한국의 관광지표 점수는 4.72점으로 상위 10개국 평균(4.85점)과 겨우 0.13점 차이였다. 45개 항목 중 절반이 넘는 24개는 한국이 상위 10개국 평균보다 오히려 높았다.

반면 노동시장, 환경, 법·제도 등 국가 전반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일반지표에서 한국은 5.08점에 그쳐 상위 10개국 평균(5.42점)보다 0.34점이나 낮았다. 관광 자체의 매력 차이보다 국가 전반의 제도나 노동 환경이라는 단단한 벽이 한국 관광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이나 숙박 시설의 부족도 과제로 지목됐다. 정부의 관광 정책 우선순위(52위)와 전체 예산 중 관광 지출 비중(76위)이 낮게 나타났고, 인구 대비 호텔 객실 수(69위)와 단기 임대 숙소 수(59위)도 부족해 전체 관광 서비스 인프라 순위는 2023년 47위에서 2025년 53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시설 확장서 ‘돈 되는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이제 시설 등의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광을 실제로 돈이 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진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과 ICT 등 관광 관련 기반 인프라는 상위권 수준이나 산업의 노동환경과 서비스 부분은 낮은 수준”이라며 “관광산업 실태와 관련된 세부지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정책과의 연결부분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관광이 인프라는 잘 갖췄지만, 영세한 현장 구조 탓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힘은 약하다”며 “방문객 수나 건물·시설 확충에 연연하기보다 일하는 사람의 전문성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을 키워 관광객이 오랫동안 머물며 돈을 쓰게 만드는 산업 정책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WEF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 지표에 대한 세부 보완책을 마련하고 범부처 협력 과제를 발굴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동진 문체부 관광정책관은 “여태까지 지표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WEF 평가 결과를 계기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지표 관리와 부처 간 협업 사업 발굴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돌파 시대를 맞아 교통·결제 등 기존의 판박이 민원 조사에 안주하지 않고, 지표가 가리키는 구조적 한계와 현장의 진짜 취약점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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