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과 직전, 미국 소매업체와 제조사들이 물류 협력사에 화물 선적을 앞당겨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늘어났다고 6일 보도했다. 국경 간 무역에 대한 관세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향후 관세 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60~100%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태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 무역협상, 폭탄 관세 등을 주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관세 목표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는 것이라고 발언하며 고관세율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해 글로벌 통상환경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의 젖줄’인 해운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에 맞서 무역 전쟁이 다시 불붙게 되고, 이는 국제 무역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 부과는 무역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무역 수요와 물동량을 모두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오마르 녹타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관세 정책을 앞두고 소매 업체의 선주문 물결이 해상 운송업체의 수익에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물동량 증가는 불확실하며 장기적으로는 향후 몇 년 동안 무역량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매업계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뛰면 수요 감소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매튜 셰이 전미소매협회 회장은 “소비재와 기타 비전략적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도입은 미국 가정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같다”면서 “이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완성차 기업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중국·유럽·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신차와 트럭에 높은 관세 부과를 약속했고, 특히 그는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차량에는 2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산 전기차의 부상으로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전통 에너지·정보통신·금융산업 등 수혜
반면 화석연료와 정보통신(IT), 금융산업 등은 수혜 업종으로 떠올랐다.
화석연료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화석연료 생산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공포한 바 있다. 또 선거운동 내내 석유 채굴과 셰일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조 바이든 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가 동결 해제, 연방 굴착 경매 확대, 새로운 파이프라인 허가 가속화, 발전소 및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 규제 완화 등이 예상된다.
정보통신(IT) 업계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들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기대가 크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지난해 기업이 첨단 AI 모델을 출시하기 전에 안보 위협은 없는지 등을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기관에서 평가를 받도록 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혁신을 저해한다며 비판해 왔다.
금융 산업 역시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금융 산업에 친화적인 인사들을 서둘레 요직에 앉힐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 정책 분석가는 “트럼프의 세금, 무역, 관세 및 이민 정책은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두 번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악마(부정적 영향)는 세부 사항에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