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등과 회동했다. 해거티 의원은 트럼프 2기 때 주요 내각 자리를 맡을 게 유력하다. 당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부회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배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바이오 등에서 미국 추가 투자를 모색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해거티 의원을 비롯한 상원의원단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때 방한한 자리에서 직접 그룹 총수들을 만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일으켜 세우면서 대미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 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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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대표적인 친(親)공화당 인사로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류 회장은 부친인 류찬우 풍산 창업주가 쌓은 미국 인맥 등을 토대로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부시 부자와 인연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인연을 쌓아 왔다. 실제 류 회장은 유독 미국 출장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류 회장은 미국 대선을 한참 남겨둔 지난 7일 한경협 제주포럼에서 “중요한 게 일본을 같이 해서 한미일 세 나라가 뭘 하려고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도 협조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밑에 재무장관, 국무장관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주요 그룹들은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미칠 사업 여파를 진단하느라 분주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각 사업별로 트럼프 당선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사업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1기 때만큼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연구기관, 로펌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냉정한 관측이 대다수다. 그러나 주요 그룹들은 트럼프 1기를 겪어본 만큼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기류 역시 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첨단산업 대미 투자, 통상·대북정책 등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경험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민간의 아웃리치 활동을 병행한다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고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현지 투자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은 변수다. 재계 한 인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 변화가 상당할 텐데, 문제는 그 폭이 얼마나 될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각 정책마다 하나하나 득실을 따지는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