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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이 주요 주류업체 가운데 비만치료제가 맥주 판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글로벌 주류업계는 비만치료제가 음주 소비에 미칠 영향을 대체로 축소 평가해 왔다.
하이네켄은 오젬픽과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음주 욕구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물 복용으로 포만감이 커지고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이 감소하면서 맥주와 사과주 판매가 압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술집에서 맥주를 여러 잔씩 마시는 기존 소비 행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하이네켄은 영국 주점들에 기존 한 잔보다 양이 적은 반 잔 맥주 판매를 늘리고, 저알코올·무알코올 제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권고했다. 술과 함께 소량의 음식을 판매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비만치료제 확산이 실제 주류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미국 가구의 소비 지출을 추적한 결과, GLP-1 계열 약물 복용자가 있는 가구는 비복용 가구보다 가정과 외식업소에서 술을 구매하는 데 적은 돈을 썼다.
약물 복용 2년 후를 기준으로 복용 가구의 월평균 주류 지출은 비복용 가구보다 약 7% 적었다. 특히 맥주 지출은 13.5% 낮았다. 다만 해당 수치는 복용 가구와 비복용 가구 간 지출 차이로, 약물 복용만으로 소비 감소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류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JP모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약 1000만명에 달했다.
유럽은 하이네켄의 최대 매출 시장이다. 특히 영국은 유럽 내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장으로, 하이네켄은 현지에서 2000개가 넘는 주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네켄 영국법인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월까지 1년간 영국 주점과 음식점 등의 맥주 매출은 약 140억파운드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저알코올·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3억파운드에 미치지 못했다.
하이네켄은 로이터에 “GLP-1 복용자 사이에서 일부 소비행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2027년에도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속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복용자들이 술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적은 양이나 도수가 낮은 술, 고급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 제품군이 이러한 소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다른 주류업체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증류주업체 디아지오는 비만치료제 복용이 확대되더라도 관련 영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칼스버그는 현재까지의 자료만으로 비만치료제를 맥주 소비 변화의 명확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만치료제가 음주 욕구를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축적되고 있다. 조지프 샥트 미국 콜로라도대 앤슈츠 의과대학 교수는 GLP-1 계열 약물이 뇌에 작용해 음주 동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도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비롯한 연구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음주 욕구와 음주량 감소가 확인됐다.
샥트 교수는 이 약물이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일반 음주자들까지 술을 줄이기 시작하면 주류업체에는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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