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에 빠진 안나, 그녀의 실수를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요?"

손의연 기자I 2026.02.12 18:02:18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
톨스토이 원작, 러시아 이어 韓 공연까지 참여
사회적인 내용 집중해 모두 공감할 이야기로
옥주현 캐스팅 독점 논란엔 "개인 결정 아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처음엔 안나가 너무 싫었고, 그녀의 모든 사소한 행동에 너무나 화가 났어요. 그럼에도 뮤지컬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여자를 관객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만들지?’라는 고민을 했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흔하고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인 내용에 집중해보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라며 작품 연출의 주안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안나, 처음엔 싫었지만 사랑하게 돼…주제의식 담아”

체비크 연출은 7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오르는 ‘안나 카레니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뮤지컬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꼽히는 체비크는 ‘안나 카레니나’, ‘몬테 크리스토’, ‘제인 에어’ 등 고전을 현대 무대로 풀어내며 주목 받아 왔다.

이번 작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후반 고위 관료인 ‘알렉세이 카레닌’의 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체비크 연출은 “‘그녀(안나)가 왜 그랬을까’ 고민해보니 가난한 상황에서 결혼할 수밖에 없던 그녀가 브론스키를 보고 첫눈에 반해 미쳐버렸고 사랑을 위해 행동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안나의 이야기는 잘 흘러가던 인생에 대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니 안나가 대단하다 싶었다”며 “그녀가 느끼는 슬픔에 저도 같이 들어가게 됐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불륜’을 소재로 삼는다. 남녀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는데, 비극에 이르는 건 안나 한 사람이다. 이와 관련해 작품은 당시 사회적 배경을 꼬집으면서, 궁극적으로 사람의 실수를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체비크는 “지금도 남자라면 용서할 수 있는 행동도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사회 내면에 남성중심적 사고 방식이 남아 있는데 안나는 사랑을 위해 (사회에) 저항하는 입장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작품 인용문에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이 써 있다”며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사람의 실수를 비난하기 쉬운 사회에서 누가 사람의 잘못에 대한 선을 정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한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모든 안나 맘에 들어…연출자로서 옥주현 섭외 합당”

체비크 연출은 ‘안나 카레니나’에 출연하는 한국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주인공 ‘안나’ 역엔 옥주현·김소향·이지혜, ‘브론스키’ 역엔 윤형렬·문유강·정승원이 출연한다. ‘카레닌’ 역엔 이건명·민영기, 레빈엔 백승렬·노윤, ‘키티’ 역엔 정유지·유소리가 캐스팅됐다.

체비크 연출은 “모든 안나가 마음에 든다. 3명의 안나가 각자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기하는 게 달라서 특히 좋다”며 “(마음에 드는 배우를) ‘꼽아달라’는 말은 자식들 가운데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질문과 똑같다”고 웃었다.

최근 옥주현에 출연 회차가 쏠리며 발생한 캐스팅 논란에 대해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캐스팅은) 한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캐스팅 결정 과정은) 제작사, 러시아 원작자, 배우들이 사전에 협의하는 부분이다. 소문이 부풀려진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옥주현에 대해선 “초연 때 같이 했던 배우로 큰 에너지와 성량을 가진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며 “연출자로서 옥주현을 봤을 때 (지금의 출연 회차 배정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체비크 연출은 “언어나 음식이 달라도 감정과 공감하는 부분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한국 관객이 어떤 생각으로 후기를 남겨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오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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