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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큰손들 탐낸 露 석유자산…美 억만장자가 던진 기묘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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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기자I 2026.11.05 15: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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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셰브런·칼라일 등 글로벌 큰손 관심갖던 '루코일'
보얼리 컨소, 루코일 주식 헐값 매입해 석유자산과 맞교환 추진
제재로 묶인 주식 30% 가격에 확보해 인수대금으로 활용 구상
칼라일도 美 승인 못 받아 철수했는데…美 정부 설득 관건

이 기사는 2026년11월05일 14시31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엑손모빌과 셰브런,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칼라일 등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과 투자회사들이 눈독을 들였던 러시아 석유자산 인수전에 미국 억만장자가 기묘한 승부수를 던졌다. 서방 제재로 거래가 막혀 헐값이 된 러시아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같은 기업의 해외 석유자산과 맞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동결 증권을 인수대금으로 활용하는 이례적인 거래 방식이 등장한 만큼, 글로벌 인수·합병(M&A)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2위 석유기업 루코일.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러시아 2위 석유기업 루코일.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토드 보얼리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러시아 2위 석유기업 루코일의 해외 자산 인수를 위한 증권 맞교환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보얼리는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FC의 공동 구단주로 알려진 억만장자 투자자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인터내셔널홀딩컴퍼니(IHC) 등 중동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보얼리 컨소시엄의 인수 대상은 루코일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 보유한 유전과 정유시설, 주유소 등 사업 자산이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칼라일 등 12곳이 넘는 기업과 투자자들은 루코일의 해외 사업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0.5%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해당 자산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들 중 칼라일은 지난 1월 루코일과 인수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칼라일이 미국 정부의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보얼리 측은 색다른 인수 방식을 들고나왔다. 현금 대신 서방 제재로 거래가 막힌 루코일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해외 에너지 자산과 맞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을 대리하는 은행은 이미 서방 투자펀드 등으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루코일 증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매입 가격은 기준금액 1달러당 약 30센트 수준이다. 다른 인수자들이 제재에 발목을 잡힌 사이, 보얼리 측은 제재로 가치가 떨어진 주식을 오히려 인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셈이다.

루코일 주식이 헐값에 거래될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쳤다. 전쟁 이전까지 루코일은 글로벌 투자펀드들이 보유한 주요 러시아 주식 중 하나였지만,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주식이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에서 제외되고 거래가 제한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였다. 서방 투자자들에게는 처분하기 어려운 자산이 보얼리 측에는 대규모 석유자산을 확보할 수단이 된 셈이다.

다만 보얼리 측이 제시한 거래 방식에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미국 정부가 루코일의 해외 자산 매각을 위한 협상은 허용하면서도 러시아 측에 매각대금이 돌아가는 것은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인수자들은 제재 요건을 충족할 거래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10월 루코일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12월에는 다른 투자자들이 제안한 유사한 증권 맞교환 거래에도 제동을 걸었다. 현금 대신 주식을 지급하더라도 루코일이 자산 매각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보얼리 측은 미국 정부의 제재 장벽을 넘기 위해 주식 지급 방식에도 손을 댔다. 헐값에 사들인 루코일 주식을 회사에 직접 넘기는 대신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두기로 한 것이다. 주식의 최종 처분 문제는 제재가 풀린 뒤로 미뤄두고, 우선 루코일이 해당 주식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자본시장에서는 보얼리 측의 구상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크로 계좌에 동결 주식을 예치하는 방식이 미국의 제재 규정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하는 만큼, 이번 거래의 성패는 인수가격이나 자금력보다 미국 정부가 제안된 거래 구조를 받아들일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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