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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고 싶은 그 시절 학원물 감성"…성수 'GTO 교실' 2030 몰렸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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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04.30 15:19:27

코오롱FnC ‘시리즈’, 성수서 GTO 팝업 운영
교실·매점·옥상 구현…세계관 공간 그대로 재현
이니셜D 흥행 잇는다…니치 팬덤 전략 재가동
"3040 세대 향수 자극…2030 유입까지 확장"

[이데일리 한전진] 30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수동의 유명 바이크 카페 ‘RSG 성수’. 라이더 성지로 불리는 이곳 외관엔 클래식 바이크에 올라탄 폭주족 출신 교사 ‘오니즈카 에이키치’의 거대한 일러스트가 내걸려 있었다. 길 한쪽엔 스포츠 바이크 한 대가 비스듬히 주차됐고, 매장 입구 옆에는 일본 학교 매점을 본뜬 ‘コウバイ(購買)’ 간판이 매달렸다. 마치 1990년대 일본 학원물 한 장면 속에 그대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매장은 2030대 방문객들이 빠르게 들어찼다.

펀치 게임기 앞에서 체험을 즐기는 방문객들. GTO 세계관 연출 공간. 비용은 무료다. (사진=한전진 기자)


성수에 펼친 ‘GTO 세계관’…소년기 감성 소환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가 일본 만화 ‘GTO(Great Teacher Onizuka·국내명 반항하지마)’와 협업한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이날 열었다. 다음달 10일까지 11일간 운영된다. GTO는 학창시절 폭주족 출신 주인공 오니즈카가 중학교 교사로 부임해 학교폭력 등 학교 안팎 문제를 파격적으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누적 단행본 6000만부를 기록한 1990년대 일본 만화의 상징이다. 시리즈가 만화 지식재산권(IP)과 정식 협업한 것은 지난해 ‘이니셜D’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성수동 ‘RSG 성수’ 외관. GTO 캐릭터 대형 그래픽과 바이크 연출이 시선을 끈다. (사진=한전진 기자)
GTO 협업 컬렉션 대표 상품인 리버시블 코치 재킷 (사진=한전진 기자)
이번 연출의 핵심 키워드는 ‘불완전하고 뜨거운 소년기(RAW BOYHOOD)’다. 90년대 청춘의 거친 정서를 시리즈만의 빈티지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시리즈 관계자는 “GTO를 보고 자란 세대에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는 새로운 서브컬처 무드를 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한 IP 협업이 아니라 만화 속 세계관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고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1990년대 일본 학교가 펼쳐진다. △교실 △매점 △락커룸 △옥상 등 만화 속 주요 공간을 모티브로 삼았다. 학교 의자와 책상, 천장에 매달린 매점 간판이 시선을 붙든다. 회색 철제 사물함을 본뜬 매대 위엔 시리즈와 GTO 로고가 걸렸다. 만화 속 폭주족 코트를 입고 사진을 찍거나 옥상 콘셉트의 펀치 게임기에 도전하는 방문객도 보였다. 인공지능(AI) 필터가 적용된 스티커 사진기 부스 앞에선 2030 여성 두 명이 V자를 그리며 촬영에 한창이었다.

협업 컬렉션은 의류와 굿즈 등 총 20여종으로 구성됐다. 18종이었던 이니셜D보다 라인업이 늘었다. 시그니처 상품은 39만 9000원 리버시블 코치 재킷이다. 한 면은 ‘GTO’ 자수가 박힌 검정 무지 디자인, 다른 한 면은 만화 명장면을 콜라주한 패턴이다. 한 벌로 두 가지 무드를 입을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자수 링거 반팔 티셔츠, 카고 팬츠, 캡모자, 반다나, 바이커펜, 키링, 머그컵 등이 진열됐다. 키링은 1만 1000원, 일부 패키지 굿즈는 한정 비매품으로 운영된다.

GTO 협업 상품을 둘러보는 방문객들. (사진=한전진 기자)


◇이니셜D가 증명했다…니치 팬덤 전략의 힘


작년 이니셜D 협업 성과가 이번 GTO 추진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 코오롱FnC에 따르면 지난해 5월 9~18일 RSG 성수에서 진행한 이니셜D 팝업은 매출이 목표 대비 148%를 웃돌았다. 마지막 주말에는 오픈런이 발생해 주말 이벤트 참여 고객만 약 2500명에 달했다. 협업 컬렉션 구매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중은 90%에 육박했고, 이 중 2030세대가 75%를 차지했다. 30~40대 향수층을 핵심 타깃으로 삼은 노스탤지어 마케팅이 MZ세대 신규 유입까지 함께 끌어낸 셈이다.

코오롱FnC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가 레이싱 만화 ‘이니셜D’와의 협업을 기념하며 지난해 5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성수 팝업스토어의 전경 모습 (사진=시리즈)
이런 코오롱FnC의 행보는 서브컬처(하위문화) 협업 열풍의 연장선이다. 패션업계는 그동안 매스 마케팅과 글로벌 라이선스 협업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좁고 깊은 팬덤을 겨냥한 니치(틈새) 협업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무신사·LF(093050)·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주요 기업도 만화·게임·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협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브컬처 팬덤은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가 높고 한정판·굿즈 구매력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객단가·재구매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고물가·소비위축이 길어지는 환경에선 효율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광범위한 대중을 향한 마케팅보다 명확한 타깃을 겨냥한 소규모 협업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서다. 시리즈가 1년 만에 두 번째 만화 IP를 꺼내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니셜D 첫 협업에서 신규 고객 90%라는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후속 IP로 외연을 더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리즈는 이번 GTO 흥행 정도에 따라 세 번째 IP 협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이니셜D 협업 당시 신규 고객 유입이 크게 늘면서 IP 협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GTO 역시 기존 고객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팬층을 확보해 브랜드 접점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서브컬처 기반 협업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인 만큼 향후에도 다양한 IP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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